[헬스인뉴스]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장천공’이 인공지능으로 더 빨리, 정확하게 진단될 수 있게 됐다. 장천공은 장에 구멍이 생기는 위중한 질환으로, 진단이 늦어지면 패혈증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엑스레이 영상만으로는 초기 소견이 모호해 숙련된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신생아 엑스레이 영상에서 장천공 여부와 병변 위치를 찾아내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자체 검증에서 94.9%, 외부 검증에서는 84.1%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의료진 수준의 진단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신생아 엑스레이 260만 건을 분석하고, 이 중 장천공 영상 294건과 정상 영상 252건을 추려 학습시켰다. 복강 내 공기 영역까지 동시에 표시하는 ‘딥 멀티태스크 학습 모델’을 적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

(왼쪽부터) 윤희망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 이병섭 신생아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왼쪽부터) 윤희망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 이병섭 신생아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기존 AI 판독 기술은 대부분 성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신생아 진료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모델은 신생아 전용으로 최적화됐다. 실제로 전국 11개 병원에서 수집한 6만 4천 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부 성능 검증도 완료했다.

윤희망 영상의학과 교수는 “장천공은 조기 발견이 생명과 직결되지만 영상이 뚜렷하지 않아 경험에 크게 좌우된다”며 “AI 모델은 진단 일관성을 높이고, 전문의 수준의 판독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소아외과 교수도 “특히 영상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AI가 빠른 판단을 도와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omputer Methods and Programs in Bio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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