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비만 오면 허리가 아프네." 장마철마다 들리는 이 말은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시기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온다습한 환경과 활동량 감소, 눅눅한 실내 생활이 겹치며 허리 건강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박재우 강릉아산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기온, 습도, 기압과 같은 기상 조건이 통증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연구는 있지만, 최근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는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 오는 날 통증이 심해진다는 말이 의학적으로 완전히 근거 있는 표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날씨와 관계없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허리 통증은 간과해선 안 된다. 단순 근육통이 아닌 척추 질환의 전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철 허리 통증은 단순 근육통이 아닐 수 있어, 지속되면 의료진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장마철 허리 통증은 단순 근육통이 아닐 수 있어, 지속되면 의료진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 다른 증상 동반 시 '단순 통증' 아닐 수도

허리 통증은 전체 인구의 약 80%가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원인이 단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디스크 내부 수핵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통증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이어진다면 추간판 탈출로 인한 방사통을 의심해야 한다.

반대로 걸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줄어든다면 ‘척추관 협착증’일 수 있다. 이는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생기는 질환으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자주 나타난다.

연령에 따라 주요 질환도 다르게 나타난다. 40대 이하에서는 추간판 탈출증, 척추전방전위증이 많고, 60대 이상에서는 척추관 협착증,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 등이 흔하다.

박 교수는 “발가락 감각 저하, 근력 약화, 다리 절뚝거림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근육통으로 보지 말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 시에는 통증 양상에 대한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통해 초기 진단을 내리며, 필요 시 X-ray, CT, MRI 등의 영상 검사를 시행해 디스크 탈출, 협착, 골절 여부 등을 확인한다.

박재우 강릉아산병원 척추센터 교수가 척추 질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제공)
박재우 강릉아산병원 척추센터 교수가 척추 질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제공)
◇ 찜질도 통증 양상에 따라 달리해야

허리가 아프다고 무조건 따뜻하게 찜질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통증의 성격과 시기에 따라 찜질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급성 통증, 즉 염좌나 타박상 등으로 인한 초기 통증에는 ‘냉찜질’이 적절하다. 얼음팩 등을 활용해 허리 부위를 20분가량 찜질하면, 혈관 수축 효과로 인해 부종과 염증을 줄일 수 있다. 보통 통증 발생 후 24~48시간 이내 냉찜질이 권장된다.

반면 만성 통증이나 근육 뭉침이 있는 경우엔 ‘온찜질’이 효과적이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류를 촉진해 뻣뻣한 허리 주변 조직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 장마철 허리 건강, ‘자세’와 ‘운동’이 핵심

장마철에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운동량이 줄며 같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파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는 자세는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박 교수는 “허리에 좋은 자세는 엉덩이와 등을 등받이에 붙이고 허리를 곧게 펴는 것이 기본”이라며 “30분~1시간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집 안에서 가볍게 걷는 습관만으로도 허리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부와 허리 주변의 ‘코어 근육’을 단련하면 허리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장마철 실내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요통 예방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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