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기력 저하, 쉽게 생기는 멍, 잦은 감기 증상은 흔히 피로나 면역력 저하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악화된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혈액암 ‘급성백혈병’을 의심해야 한다. 급성백혈병은 갑작스럽게 진행돼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급성백혈병은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골수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병이다. 백혈병 세포는 혈류를 통해 간, 비장, 림프절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한다. 혈액세포 기원에 따라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으로 나뉜다. AML은 성인에서 가장 흔하며, 평균 진단 연령은 60대 후반이다. ALL은 주로 소아에게서 발생하지만, 성인 환자에 맞는 별도의 치료법이 필요하다.

급성백혈병 환자는 암세포가 정상 조혈 기능을 방해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생성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빈혈, 출혈, 감염 위험이 커지고 전신 쇠약, 체중 감소, 잇몸 비대, 간비대, 림프절 종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지속되는 피로와 멍, 잦은 감기는 급성백혈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지속되는 피로와 멍, 잦은 감기는 급성백혈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종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급성백혈병 초기 증상은 일상적인 피로나 감기와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며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6개월 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단은 기본 혈액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골수 검사를 진행한다. 골수 검사는 뼛속에서 골수를 채취해 암세포 존재 여부를 확인하며, 면역표현형 검사, 세포유전학 검사, 분자생물학적 검사 등을 통해 병의 아형을 규명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치료는 주로 항암화학요법으로 시작한다. 먼저 관해 유도 요법으로 백혈병 세포를 제거한 뒤, 관해 후 치료로 공고 요법 또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재발을 막고 완치를 목표로 한다. 공고 요법은 미세한 암세포까지 제거하기 위한 고강도 치료다. 최근 미세잔존질환 측정과 표적 치료제, 신약 도입으로 치료 효과가 향상됐다.

이종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이종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이 교수는 “고위험군 환자는 공고 요법 후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조혈모세포 이식은 생존율과 완치율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급성백혈병 환자의 장기 생존율은 항암치료만 받으면 30~40%,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시 50~60%, 동종 이식 시 60~70% 수준이다.

급성백혈병은 명확한 예방법이 없다. 다만 벤젠, 방사선, 페인트, 살충제, 항암제 등 발암물질 노출을 줄이고 유전적 위험이 있을 경우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교수는 “지속되는 피로나 출혈, 감염 같은 경미한 증상이라도 반복된다면 혈액 검사를 받고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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