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 이후 찾아오는 감정,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

[헬스인뉴스] 겨울이 되면 집 안에 작은 발소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소파 위에 남아 있는 털 한 올, 장난감을 보관하던 서랍, 자동으로 열리던 사료통까지 모두가 갑자기 낯선 공간처럼 느껴진다. 평소에는 익숙한 일상이었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에는 집의 분위기마저 달라진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막상 닥치면 마음속 빈자리를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잃은 뒤 찾아오는 깊은 슬픔을 ‘펫로스(pet loss)’라고 부른다.

펫로스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슬픔으로, 감정을 인정하고 충분히 애도하는 과정이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펫로스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슬픔으로, 감정을 인정하고 충분히 애도하는 과정이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 가족 같은 존재를 잃은 감정

펫로스는 반려동물을 잃은 뒤 나타나는 슬픔과 상실감을 뜻하는 말이다. 정식 의학 용어라기보다는, 그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상적인 말에 가깝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착이 커지고, 이별 과정에서 큰 고통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던 사람 중 일부는 우울감과 불면 같은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며, 반려동물의 물건이나 기억이 남아 있는 공간을 지나치게 붙잡거나 반대로 완전히 피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슬픔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몇 주 안에 감정을 정리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여러 달 동안 일상의 흐름이 흐트러질 정도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

가족을 잃었을 때는 주변에서 슬픔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위로하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서 “다시 입양하면 되지 않나” 같은 말을 듣기도 하고, 회사에서 휴가를 내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이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서 애도하게 되고, 슬픔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은 분명 소중한 기억이고, 이별의 감정 또한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개인의 경험이다. 누구에게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슬픔”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감정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방법

슬픔을 다루는 방법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울음이 나오면 울어도 괜찮고,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물건을 한꺼번에 정리하기보다는 천천히 마음이 준비되는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부담을 줄인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위로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 새로운 반려동물은 충분히 준비됐을 때

슬픔이 깊을 때, 갑작스러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정의 흐름을 충분히 느끼고 나서 입양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반려동물은 이전 반려동물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며,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며 감정이 정리되었다고 느낄 때 입양을 고민하면, 새로운 인연을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의 삶은 서로를 보듬는 과정이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되었다는 확신이 생긴 이후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일상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이 흐르며 감정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우울감이 깊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거나, 분노·불면·자책감이 계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슬픔은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상담 치료나 심리적 지원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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