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사람도 그렇듯 반려동물에게도 종양은 생각보다 많이 발견된다. 양성 종양이면 수술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악성 종양일 경우 치료가 까다롭고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특히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에 생기는 종양은 간 기능이 70% 이상 상실할 때까지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강아지, 고양이의 간은 복부 오른쪽 위쪽, 횡격막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해독, 에너지 대사, 단백질 합성, 지방 소화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해독 작용이다. 반려동물은 음식, 약물, 노폐물 등 다양한 물질에 노출되는데, 간은 이러한 유해 물질들은 체외로 배출할 수 있도록 처리한다. 또 포도당을 저장해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혈액 응고에 필요한 단백질과 면역 물질도 만든다. 그리고 지방 소화에 필요한 담즙을 생성해 영양소 흡수를 돕는다. 이러한 간에 종양이 발생하면 간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고 체내 균형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박준형 본외과동물의료센터 원장
박준형 본외과동물의료센터 원장
간종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노령 반려견, 반려묘에게 더 자주 발견되는 것으로 볼 때 노화와 관련된 세포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만성 간질환, 만성 염증, 기생충 감염, 단백질 위주의 식단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간에 발생하는 종양은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간세포 암종, 담관암종처럼 간에서 처음 발생하는 원발성 종양과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이 간으로 퍼진 전이성 종양으로 나뉜다. 강아지 간종양은 전이성 간종양, 고양이 간종양은 원발성 간종양이 상대적으로 더 흔한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변화가 매우 느리고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보통 식욕 감소나 체중 변화, 구토, 무기력함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다른 질환에서도 흔하게 나타나 보호자가 놓치기 쉽고 눈에 띄는 증상인 복부 팽창이나 황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이미 간 기능 저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간종양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단한다. 우선 신체 검사를 통해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간 수치 이상 여부를 체크한다. 이후 초음파나 방사선 촬영 같은 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의 크기, 위치 등을 파악한다.

종양이 크거나 간 혈관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을 경우,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CT검사를 통해 종양의 형태, 혈관 침윤 여부, 전이 가능성까지 확인한다.

간종양 치료는 조직 검사를 통해 악성 여부를 확인한 뒤, 종양의 종류와 크기, 위치, 전이 상태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종양이 국소적이고 수술이 가능한 경우라면 외과적 절제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종양이 크거나 여러 부위에 퍼져 있고 간 기능 저하가 심할 경우애는 수술이 불가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항암 치료나 증상 완화를 위한 내과적인 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추고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예후는 종양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다면 비교적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이성 종양이나 간 기능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수술 후에는 정기적인 검진과 영상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 간 영양제를 통한 간 기능 관리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꾸준한 관심과 관리다. 간종양은 조기 발견이 치료 성과를 좌우한다. 반려동물에게 나타나는 작은 변화도 놓치지 말고 검진을 통해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 : 박준형 본외과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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