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카메라로 치면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감지하고 뇌로 전달해 시각을 인식하게 만드는 핵심 조직이다. 이러한 망막에 이상이 생기면 사물이 흐리게 보이거나 왜곡되며 심할 경우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망막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주로 고령층에서 망막질환이 발생했다. 노화에 따라 망막의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이 약해지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젊은 층에서도 망막 건강에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3년 국내 망막질환자는 약 119만 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220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망막질환은 대부분 조용히 진행된다. 통증도 없고, 특별한 증상도 없이 시력만 서서히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경우에는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른바 전조증상이다. 이 신호를 알고 대처하는 것이 시력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김상원 연세성모안과 원장
김상원 연세성모안과 원장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비문증이다. 흔히 '날파리증'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눈앞에 점, 실, 먼지 같은 것이 떠다니는 듯 보이는 현상이다.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도 있지만, 갑자기 비문증이 심해졌거나 크고 많은 이물질이 시야에 보인다면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 같은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광시증이다. 플래시가 번쩍이는 듯한 빛이 눈앞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눈을 감고 있어도 느껴지거나 어두운 곳에서도 빛이 번쩍인다면 주의해야 한다. 이는 유리체가 망막을 당기며 자극할 때 생기는 신호로, 역시 망막열공이나 유리체 출혈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시야의 일부분이 가려지거나 그림자가 드리운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검은 커튼이 내려오는 듯하거나 중심부 시야가 비는 느낌, 글씨가 일그러져 보이는 변시증도 망막 손상의 신호다. 시력이 점점 떨어지거나,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망막질환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단순한 노화나 피로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망막질환으로 인한 증상을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증상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빠른 시일 내에 안과 전문의의 진료와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 조치해야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또한 ‘젊으니까 눈도 건강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눈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젊은 층은 오히려 나이 든 사람에 비해 망막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당뇨병, 고도근시, 아토피, 눈 외상이나 수술 이력이 있는 사람은 나이를 떠나 망막질환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으므로 주기적인 안저 검사를 통해 망막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망막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비문증이나 광시증처럼 평소와 다른 변화가 느껴진다면 이를 단순한 노화로 여기지 말고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눈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이라면, 정상 소견이라 하더라도 망막을 포함한 정밀 안저검사를 1년에 한 번은 꼭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글 : 김상원 연세성모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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