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녹내장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방심하기 쉬운 질환이다. 대부분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서서히 진행되며, 어느 순간 시야가 좁아진 것을 인식할 땐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이 주된 원인인데, 이렇게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어떤 치료를 해도 회복이 어렵다. 시야 손실이 생겼다면 돌이키기 힘들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도 불린다.

녹내장의 치료는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가장 먼저 선택되는 방법은 안약이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매일 점안하는 방식인데, 약물치료만으로 안압이 잘 조절된다면 시신경 손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안약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렵거나 부작용이 생길 경우, 또는 이미 시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 이때 고려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레이저 치료다.

박지석 SNU청안과 원장
박지석 SNU청안과 원장
녹내장은 해부학적 구조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개방각 녹내장, 다른 하나는 폐쇄각 녹내장이다. 개방각 녹내장은 눈 안의 방수가 배출되는 통로인 ‘섬유주’가 점차 기능을 잃으면서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는 경우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섬유주가 있는 부위, 즉 전방각이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로, 급성 발작처럼 진행되기도 한다. 이처럼 녹내장의 원인과 진행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달라진다.

개방각 녹내장에는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을 적용할 수 있다. 이 시술은 섬유주에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조사해 방수가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른 조직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고, 외래 진료 수준에서 간단히 시행할 수 있다. 치료가 성공하면 약물치료와 동등한 수준의 안압 하강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약을 꾸준히 쓰기 어려운 환자나 약물 부작용이 있는 환자, 약물만으로 원하는 수준의 안압하강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폐쇄각 녹내장에는 ‘레이저 홍채 절개술’을 적용할 수 있다. 홍채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을 내 방수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방식이다. 이 시술을 통해 막혀 있던 전방각을 다시 열어 안압 상승을 막고, 급성 녹내장 발작을 예방할 수도 있다. 폐쇄각 녹내장은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급격한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레이저 치료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안압 조절’에 있다. 시신경 손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안압을 낮추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술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안압과 시신경 상태를 확인하고 경과관찰해야 한다. 레이저 치료 후 안압이 일정 기간 잘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상승할 수 있어 추가 치료나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레이저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개인의 녹내장 진행 단계, 눈 구조 및 상태, 안압상승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비록 레이저 치료가 수술에 비해 덜 침습적인 방식이라 하더라도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치료 시기와 방식, 기대 효과 등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녹내장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40세가 넘었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시력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녹내장 가족력, 당뇨병, 고혈압, 고도근시 등 녹내장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시야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박지석 SNU청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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