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뇌 속 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 겉으로는 아무 증상 없이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터지면 환자 절반 가까이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3명 중 1명은 생명을 잃는다. 파열 시 발생하는 치명적인 지주막하출혈은 ‘조용한 살인자’라 불릴 정도로 위험하다.

뇌동맥류는 혈관이 갈라지는 분지 부위에서 주로 생긴다. 이곳은 혈류 압력이 집중돼 혈관벽이 약해지기 쉽다. 크기는 작게는 2mm, 크게는 50mm 이상까지 다양하며, 주로 40~70대 사이에서 발견된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흡연을 하는 경우 발병 위험이 크게 올라가니 주의가 필요하다.

파열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커지거나 신경을 누르면 시야가 흐려지거나 두통, 어지럼증,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난다. 문제는 터질 때다. 갑작스럽고 견딜 수 없는 두통, 구토, 목 뻣뻣함, 심하면 의식 소실이나 마비 증세까지 나타난다. 조현준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갑자기 심한 두통이 시작되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경고한다.
뇌동맥류는 파열 전엔 조용하지만, 한 번 터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뇌혈관질환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뇌동맥류는 파열 전엔 조용하지만, 한 번 터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뇌혈관질환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수술실의 혁신, 새 치료법들
뇌동맥류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머리를 열고 직접 클립으로 동맥류를 집는 ‘클립결찰술’, 다른 하나는 혈관 안에 코일을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코일색전술’이다. 클립결찰술은 재발이 적지만 몸에 부담이 크고, 코일색전술은 덜 침습적이지만 재발 위험이 조금 높다.

최근에는 이 둘의 약점을 보완한 최첨단 기술이 잇따라 등장했다. 과거 대퇴동맥을 통한 시술 대신, 손목의 요골동맥으로 접근해 환자의 회복 속도를 끌어올리고 시술 후 합병증 위험을 줄였다. 더불어 절개를 최소화하는 ‘미니개두술’, 혈류 흐름을 바꾸는 ‘혈류변환 스텐트’, 풍선과 스텐트를 동시에 사용하는 고난도 시술, 그리고 동맥류 내부에 기구를 채워 혈류를 차단하는 ‘WEB’ 장치까지 도입됐다. 이 신기술들은 환자 부담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조현준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조현준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치료 끝? 아니다, 관리가 핵심
뇌동맥류 치료는 시작에 불과하다. 시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과 합병증 위험이 남아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특히 코일 시술이나 스텐트 삽입 후에는 항혈소판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생활 습관 개선도 생명을 좌우한다. 금연은 기본이며,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음주는 갑자기 혈압을 높여 위험을 키우니 삼가야 한다. 비만이나 만성질환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조현준 교수는 “뇌동맥류를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파열로 인한 치명적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은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를 권한다”고 말했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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