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동시에 정상세포와 면역세포에도 큰 손상을 남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마친 후에도 극심한 피로감, 체력 저하, 감염에 대한 취약성 등으로 또 다른 고비를 겪는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회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면역력’을 강조한다. 단순한 보양식이 아니라, 몸속 방어력을 다시 세우는 ‘식사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정 음식보다 ‘균형’이 먼저
항암치료 이후 면역 체계는 크게 약해진 상태다. 이 시기에는 특정 보양식이나 민간요법에 기대기보다는,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미국종양학회 공인 영양사들은 “면역력을 높이는 마법 같은 음식은 없다. 다만 곡류, 단백질, 채소, 과일, 유제품, 건강한 지방 등 6대 식품군을 매 끼니에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단기적인 보충보다, 일관된 식습관 개선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암 치료 후에는 특정 음식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클립아트코리아)
암 치료 후에는 특정 음식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클립아트코리아)
◇섬유질과 장 건강의 연결고리
최근 연구들은 고섬유질 식단이 항암 치료 이후 면역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 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면역치료 반응률이 높고 생존 기간도 길었다. 이는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통곡물, 콩류, 채소 등을 충분히 포함하는 식단이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위생이 면역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아주 작은 감염도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식재료의 보관, 조리, 섭취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암병원 영양팀은 “생식은 가급적 피하고, 모든 식재료는 충분히 익혀서 먹어야 하며, 조리 전후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외부 음식이나 단체 급식 등을 자주 접하는 환자라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회복기 식사, 이렇게 바꾸자
전문가들이 권하는 기본적인 식단 지침은 명확하다. 매일 다양한 색의 채소와 과일을 최소 2.5컵 이상 섭취하고, 계란·생선·두부·콩류 등 양질의 단백질을 매 끼니 포함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통곡물과 콩류를 곁들여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하루 4~6컵 이상의 수분 보충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은 주 2회 이상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믿을 건 과학, 민간요법은 신중히”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영양대사클리닉 교수는 “기력 회복을 위해 주변에서 권하는 민간요법이나 특정 음식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식단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회복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치료가 끝났다고 식사가 끝난 게 아니다. 회복기 식단은 단순한 영양 보충이 아닌, 면역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치료의 연장선이다. 잘 먹는 법을 아는 것, 그것이 결국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는 길이 된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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