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수면 장애·낮은 자존감 문제까지 이어져
이처럼 과도한 감정 교류는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정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감정을 소진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 실제로 SNS 사용 시간이 늘수록 불안장애, 우울감, 수면 문제 등이 동반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감정을 나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무분별한 노출과 반응은 감정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서적 에너지를 갉아먹는다"고 지적한다.

SNS를 켜는 순간 타인의 감정이 쏟아진다. 웃음, 분노, 억울함, 슬픔... 다양한 감정이 피드를 채운다. 이런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자연스럽게 피로해진다.
이른바 ‘공감 피로’ 또는 ‘감정 번아웃’이다. 타인의 감정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사이, 정작 자신의 감정은 소진되고 만다. 반복되면 결국 무감각해지거나 감정을 회피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수면장애, 불안 증상도 따라온다.
여기에 ‘비교’라는 또 다른 피로 요인이 있다. 누군가는 행복을 자랑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토로하는 피드를 보며 우리는 자꾸 자신과 비교하게 된다. 내 감정은 과소평가되고, 타인의 감정은 더 크게 다가온다.
미국 공중보건총감 비벡 머시는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불안 증상이 두 배 이상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자존감이 낮거나 청소년기에는 이런 감정 비교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다.
◇감정 단식이 필요한 이유
SNS는 감정의 진정성마저 흔들리게 만든다. 좋아요와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감정 표현은 점점 과장되고, 그 표현은 곧 '콘텐츠'가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진짜 감정과 표현 사이의 간극은 점점 벌어진다.
감정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되고, SNS 반응에 집착하게 된다. 감정의 외주화가 일어나고, 자아는 점점 흔들린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감정 단식’이다. 감정을 곧바로 SNS에 올리기보다, 하루 한 번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메모나 일기처럼 혼자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다뤄보자.
또 SNS 알림을 끄고, 사용 시간을 조절해보자. 자극적인 피드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뇌의 피로가 줄고 집중력은 높아진다.
무엇보다 감정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건강하게 정리될 수 있다. 친구, 가족, 혹은 상담가와의 진짜 대화가 SNS 반응보다 훨씬 깊은 위로를 줄 수 있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임혜정 기자
press@healthinnew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