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명절의 따뜻한 풍경 뒤에는 쉽게 지나치기 쉬운 위험이 숨어 있다. 바로 주방 화상 사고다. 기름 한 방울, 물 한 모금이 만든 상처는 명절이 끝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30대 A 씨는 추석 연휴 중 튀김을 하다 손등에 기름이 튀었다.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손이 붓고 물집이 생기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처럼 ‘가벼운 화상’이라고 넘겼다가 병을 키우는 일이 명절마다 반복되고 있다.

◇연휴 기간 화상 환자, 왜 늘어날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명절 연휴 동안 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평상시의 두 배 이상이다.

뜨거운 기름, 끓는 물, 가열된 조리기구가 주된 원인이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준비하면서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바쁜 분위기 속 실수도 잦아진다.

물집 생긴 명절 화상, 초기에 제대로 치료해야 합병증 위험 줄인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물집 생긴 명절 화상, 초기에 제대로 치료해야 합병증 위험 줄인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찜질, 감자, 된장은 치료가 아니다”
화상을 입으면 대부분 먼저 ‘민간요법’을 떠올린다. 소주를 바르거나, 감자를 얹거나, 물집을 바늘로 터뜨리는 행위들. 하지만 이건 치료가 아니라 감염 위험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배강호 울산엘리야병원 외과 과장은 “많은 환자들이 병원 방문 대신 민간요법에 의존하다가 상태를 악화시키고 온다”며 “화상 부위는 찬물로 충분히 식힌 뒤, 바로 의료기관을 찾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화상, 단계별로 다르다... 1도부터 4도까지
· 1도 화상 :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약간 아프다.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 2도 화상 : 물집이 생기고 통증이 심하다. 깊이에 따라 회복 기간이 다르며 흉터가 남을 수 있다.
· 3도 화상 : 피부가 하얗거나 검게 변한다. 신경 손상으로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 4도 화상 : 근육, 신경, 뼈까지 손상된다.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증이다.

특히 손가락·팔꿈치·발목 등 관절 부위에 생긴 화상은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어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배강호 울산엘리야병원 외과 과장
배강호 울산엘리야병원 외과 과장
◇명절 주방, 이건 꼭 지켜야 한다
· 조리 중엔 절대 자리를 비우지 말 것
· 기름 튐이나 증기 방출을 막기 위해 뚜껑과 덮개를 적극 활용
· 어린이나 노약자는 주방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
· 화상 발생 시엔 즉시 찬물에 10분 이상 식히고, 얼음은 피할 것
· 물집은 절대 터뜨리지 말고, 가능한 빨리 병원 진료 받기

화상은 단지 피부가 데이는 사고가 아니다. 적절한 응급처치와 치료가 없으면 신체 기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연휴에 크든 작든 화상을 겪은 이들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물집이 생겼거나 통증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명절은 끝났지만, 주방의 위험은 여전히 일상 속에 남아 있다. 조리할 때마다 스스로의 안전을 챙기고, 가족과 함께 응급상황 대처법을 익혀두는 습관이 진짜 예방이다. “설마”가 “사고”로 바뀌기 전에, 작은 주의가 큰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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