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임신한 생쥐에 일상에서 흔히 노출되는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을 투여한 후, 이 물질이 모유를 타고 새끼 몸속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면역의 핵심 기관인 비장(spleen)에 다량 쌓이는 현상이 관찰됐는데, 비장은 감염 방어와 면역 세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다. 비장의 기능이 교란되면 면역 체계가 쉽게 무너지게 된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단순한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세대를 넘는 면역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생쥐는 정상군과 비교해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세포)가 현저히 감소했고, 반대로 염증을 촉진하는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면역 세포 간 균형이 깨지면서 전반적인 면역 반응이 약해지고, 외부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졌다.
더 심각한 점은 이런 면역 불균형이 성장기 동안에도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끼 생쥐의 비장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내는 인터페론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꾸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미세플라스틱이 단기적인 자극을 넘어 면역 발달 과정 전반을 방해해 장기적인 면역 저하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추가 실험에서 연구진은 H1N1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새끼 생쥐에 감염시켜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면역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조사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그룹은 감염 후 체중 감소가 급격하고, 항바이러스 면역 물질 분비가 현저히 낮아 바이러스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들은 감염 증상이 더 심각하고, 회복 속도도 정상군보다 현저히 느렸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10월 15일자에 발표됐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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