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70대의 한 남성은 최근들어 기억력이 떨어지고 일상에 흥미가 사라지며, 몸이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치매를 의심했지만, 여러 검사를 통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치료가 시작되자 증상은 빠르게 호전되었고, 이제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다.

노인 우울증은 다른 연령대와 진단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울증의 특징은 일상에 대한 흥미 상실,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 그리고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이다. 이러한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 우울증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젊은 사람들과 달리, 지나치게 죄책감이나 초조함을 느끼거나, 우울한 감정 외에도 건강에 대한 불안감, 과도한 신체적 불편감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이 진행되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치매처럼 보이는 가성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만사가 귀찮고 기억력이 흐릿해 자꾸만 가물가물하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는 치매와 헷갈리기 쉬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만사가 귀찮고 기억력이 흐릿해 자꾸만 가물가물하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는 치매와 헷갈리기 쉬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런 증상들이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져 방치될 수 있지만, 우울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무기력함이 계속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운동 부족으로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결국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신철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으로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고령층도 우울증 치료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항우울제는 적은 용량에서 시작해 점차 증량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를 잘 받아들인다. 신 교수는 “정신과 약물이 치매를 일으킨다는 우려가 있지만, 실제로 그런 근거는 부족하다”며 불필요한 걱정을 떨쳐버릴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신철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신철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는 환자 본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지원도 중요하다. 우울증은 사회적 고립, 만성질환, 외로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사교 모임이나 취미 생활을 꾸준히 하는 등 사회적 활동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금연과 금주는 물론, 고혈압과 당뇨병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족들은 이러한 생활 습관 개선을 독려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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