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변화와 육아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마음의 흔들림, 조기 치료가 회복의 열쇠

[헬스인뉴스] 출산은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순간 중 하나지만, 어떤 여성에게는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다가올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나 수면 부족이라 생각했던 우울감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불안이 밀려온다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출산 후 이유 없는 눈물과 불안이 계속된다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조기 상담과 가족의 공감이 회복의 열쇠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출산 후 이유 없는 눈물과 불안이 계속된다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조기 상담과 가족의 공감이 회복의 열쇠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 감정 기복이 오래간다면 단순한 ‘산후우울감’이 아닐 수 있다

출산 직후 산모의 절반 이상은 예민해지고 눈물이 많아지는 ‘베이비 블루’를 경험한다. 이 현상은 출산 후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로 인해 생기며,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보통은 1~2주 안에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그 시기를 지나도 우울감이나 불안, 무기력함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감정 변화로 보기 어렵다. 이럴 때는 산후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직후뿐 아니라 출산 후 수개월, 혹은 1년 이내에도 나타날 수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전체 산모의 약 10~20%가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며, 임신 중 불안이나 우울을 겪었던 여성은 위험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 마음의 균형을 흔드는 여러 요인들

출산 후 여성의 몸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 수치가 갑자기 낮아지고, 수면 부족과 육아 스트레스가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 모두 지쳐간다. 여기에 배우자나 가족의 정서적 지지가 부족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이 겹치면 우울감이 깊어지기 쉽다. 특히 과거에 우울증을 앓았거나 불안이 심했던 경우, 또 예상치 못한 출산과 양육 부담이 더해질 경우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 우울감뿐 아니라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증상들

산후우울증의 증상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불안과 초조함이 지속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식욕이 갑자기 줄거나 늘기도 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적인 일조차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아기를 돌보는 일에 죄책감이나 무가치감을 느끼거나, 혹은 자신이 아기에게 해를 끼칠까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가의 진단과 상담이 꼭 필요하다.

◇ 조기 상담과 가족의 지지가 회복의 시작

산후우울증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출산 후 현상’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대부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심리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으로 호전될 수 있으며, 우울과 불안이 심한 경우에는 항우울제를 포함한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모유 수유 중에도 복용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어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 대표적으로 세르트랄린 같은 항우울제는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는 양이 매우 적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2023년에는 세계 최초로 경구용 산후우울증 치료제인 ‘주라놀론’이 승인되면서 치료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무엇보다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회복의 큰 힘이 된다. 배우자나 가족이 산모의 감정을 “나약함”이나 “예민함”으로 판단하지 않고, 함께 대화하며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집안일이나 육아를 함께 분담해주는 것만으로도 산모의 불안과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 혼자 감당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산후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자신의 의지가 약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감이 두 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와 가족의 지지를 통해 대부분의 여성은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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