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긴장을 줄이려는 청소년과 취준생 사이에서 ‘수능약’·‘면접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약물이 확산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심장 두근거림이나 손 떨림을 억제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성분은 심혈관 질환 치료제인 인데놀정(프로프라놀롤)이다.

인데놀정은 베타차단제 계열 약물로, 고혈압·부정맥·협심증 등 심장 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국내 식약처와 미국 FDA 모두 건강한 사람의 긴장 완화 목적으로는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청소년과 취준생은 불안이나 긴장 완화를 위해 임의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증상 없는 복용, 위험한 선택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0~19세 청소년에게 처방된 인데놀정은 약 170만 건으로 2020년보다 1.4배 증가했다. 온라인 처방이 쉬운 점과 법적 연령 제한이 없는 점이 접근성을 높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이 복용하면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인데놀 복용 후 보고된 이상 사례는 1,175건에 달한다. 어지럼증, 졸림, 두통, 저혈압 등이 대표적이며,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될 위험도 크다.
시험·면접용으로 잘못 쓰이는 심장약 인데놀정, 증상 없는 사람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 위험.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시험·면접용으로 잘못 쓰이는 심장약 인데놀정, 증상 없는 사람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 위험.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호흡 곤란이 생길 수 있고, 당뇨 환자는 저혈당 신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혈압이 낮거나 서맥인 사람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조은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약사는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약을 복용하면 심장 문제나 호흡 이상 같은 예기치 못한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약 대신 건강한 방법으로 긴장 조절

약물 복용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경험하면 반복 사용과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용량을 늘린다고 불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신체 부담만 커진다.

조 약사는 “명상, 호흡법, 스트레스 관리, 긍정적 사고 같은 안전한 방법으로 긴장을 풀고, 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치료 목적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험과 면접 스트레스를 약으로만 해결하려는 선택은 위험하다. 긴장 완화는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