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최근 연구에서 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이 파킨슨병의 신경 손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는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팀이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Gut에 발표됐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운동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다. 손떨림과 근육 경직, 움직임 지연이 대표 증상으로 나타나며,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 축적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단백질이 장에서 생성돼 신경을 타고 뇌로 이동한다는 ‘장-뇌 축’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모델 쥐를 대상으로 시타글립틴의 효과를 실험했다. 병을 유발하는 로테논을 투여한 쥐에 시타글립틴을 함께 사용한 결과, 장내 염증과 단백질 축적이 눈에 띄게 줄었고, 도파민 신경세포 손실도 약 50% 감소했다. 운동 능력 또한 개선돼, 약물이 신경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왼쪽부터)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장내 미생물 환경 분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시타글립틴 투여군은 유익균 비율이 높아지고 유해균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약물이 장 환경을 조절하며 뇌 신경 손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팀은 약물이 GLP-1 수용체와 무관하게 작용하는지도 확인했다. 수용체 기능을 차단한 상태에서도 신경 보호 효과가 유지돼, 시타글립틴이 인슐린 경로가 아닌 면역과 염증 조절 경로를 통해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승호 교수는 “시타글립틴이 장과 뇌를 연결하는 병리적 경로를 차단해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GLP-1 신호와 관계없이 작용한다는 점은 염증과 면역 조절이 신경 보호에 핵심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며 “앞으로 예방적 접근과 조기 개입 전략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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