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기억력이 먼저 나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감정 조절과 행동 관리가 먼저 흔들리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환자나 가족이 처음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도 건망증보다는 의심, 예민함, 감정 폭발, 반복 행동 등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초기 흔히 나타나는 행동 변화에는 ‘물건을 훔쳤다고 믿는 망상’, ‘갑자기 나타나는 공격적 반응’, ‘쓸모없는 물건을 쌓아두는 습관’ 등이 있다. 전 교수는 “이런 증상은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전두엽과 측두엽 기능 저하와 관련될 수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치매 증상은 외형상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강박장애와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중년 이후 갑작스러운 발현, 일상 기능 저하, 감정 조절 불안정이 나타나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들은 이전에 ‘성격 문제’ 정도로 생각했던 행동 변화가 사실 뇌 기능 저하와 연관되어 있다는 근거를 제공하며, 진단 관점을 바꾸고 있다.

치매 초기 증상이 정신병으로 오인되면 치료가 잘못 설정될 수 있다. 전 교수는 “치매가 원인인데 항정신병약만 사용하면 부작용이 늘고 기능 저하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매 행동 변화는 뇌 신경망의 진행성 손상이 원인이므로, 치료도 원인에 맞춰야 한다. 최근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치료제 도입으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일부 환자에서는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초기 치료 개입의 임상적 가치가 높다.
전 교수는 “조기 발견 시 약물과 비약물 치료 모두 선택지가 다양하고 효과도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변화’ 감지, 가족 관찰이 단서
중년 이후 돌발 행동은 단순한 성격 문제나 스트레스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
전 교수는 “가족이 먼저 변화를 알아차리지만, ‘일시적인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 기능 변화는 일상 습관, 의사결정 방식, 감정 조절 능력 등에서 드러나므로 가족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전 교수는 “행동 변화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이 향후 치료 전략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작점”이라고 덧붙였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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