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공기와 마찰이 만드는 ‘찌릿’한 불청객

[헬스인뉴스] 갑자기 문고리를 잡았는데 “찌릿”하고 전기가 튀는 경험은 겨울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 두꺼운 스웨터를 벗거나 자동차 문을 열 때, 또는 카펫 위를 걸어가다 다른 사람과 손이 스치면 작은 불꽃처럼 따끔한 충격이 느껴져 놀라곤 한다. 순간적으로 생기는 통증이 크진 않지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느낌은 꽤 불쾌하게 다가온다. 이런 정전기는 왜 겨울에 특히 자주 발생할까.

정전기는 겨울철 건조한 공기와 마찰이 겹쳐 발생하며, 실내 습도 관리와 옷감 선택만으로도 일상 속 불편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정전기는 겨울철 건조한 공기와 마찰이 겹쳐 발생하며, 실내 습도 관리와 옷감 선택만으로도 일상 속 불편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 정전기는 왜 생기는가

정전기는 물체에 전기가 잠시 머물러 있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몸이나 옷, 일상 물건들은 서로 닿고 떨어질 때 아주 작은 전기가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한쪽에는 전기가 더 모이고 다른 쪽에는 전기가 적게 남으면서 균형이 깨지는데, 이것이 정전기다. 특히 두 물체가 마찰할 때 전기가 이동하기 쉽다. 양털 양말을 신고 카펫 위를 걸으면 양털과 카펫 섬유 사이에 마찰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전기가 한쪽에 쌓인다. 이렇게 축적된 전기는 금속 문고리 같은 물체를 만나는 순간 한꺼번에 흘러나가면서 찌릿한 느낌을 만든다.

◇ 겨울에 정전기가 많아지는 이유

정전기는 건조할수록 잘 생긴다. 공기 중에 수분이 많으면 전기가 자연스럽게 흩어져 쌓이지 않지만, 겨울에는 실내 난방으로 공기가 매우 건조해진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전기가 표면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전기가 방전되면서 정전기가 생긴다. 옷을 벗거나 손잡이를 잡는 평범한 행동이 더 자주 정전기를 유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꺼운 겨울옷과 담요, 카펫처럼 마찰이 많은 물건을 가까이 사용하는 것도 정전기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

정전기는 일반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현상이다. 짧은 순간에 흐르는 전기로 큰 부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몸에 닿을 때의 따끔한 감각은 불편하고, 특히 반복될 경우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게 된다. 자동차 문을 열기 전 손을 멈칫하거나, 옷을 벗을 때 주저하는 일도 생긴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옷이나 머리카락이 서로 달라붙어 움직이기 불편하기도 하고, 먼지가 쉽게 달라붙는 것도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 중 하나다. 정전기가 일상 생활의 작은 불청객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 실내 습도 관리가 중요한 이유

정전기를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실내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집 안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전기가 흩어지지 못하고 쌓이기 쉽기 때문이다. 겨울철 실내 습도를 약 40~60% 정도로 유지하면 정전기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가습기가 없을 때는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습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정전기가 확실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 옷과 소재 선택이 영향을 준다

정전기는 옷을 입고 벗을 때 가장 자주 발생한다. 나일론, 아크릴,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는 마찰로 인해 정전기가 쉽게 발생한다. 겨울철에는 면이나 울처럼 천연섬유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 정전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세탁할 때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면 옷감 표면에 얇은 보호막이 형성돼 마찰을 줄이고 정전기 발생을 완화할 수 있다. 드라이어 사용 시 정전기 방지 시트를 활용하는 것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작은 습관이 정전기를 줄인다

문을 열기 전 손에 살짝 숨을 불어 수분을 만들면 정전기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손바닥이 촉촉하면 전기가 방전될 때 충격이 워낙 작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자동차 문이나 금속 손잡이를 잡기 전에 열쇠나 동전 같은 금속 물체를 먼저 대고 방전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손으로 직접 정전기를 느끼지 않고 먼저 방출할 수 있다. 옷을 벗을 때는 양말을 먼저 벗어 맨발이 바닥에 닿도록 하면 몸에 쌓인 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일상 속에서 줄일 수 있는 불청객

정전기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생활 습관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현상이다. 겨울철에는 가습기와 습도 유지에 신경 쓰고, 마찰이 많은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옷을 벗을 때, 문을 잡기 전 작은 습관을 더하면 정전기가 주는 불편함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일상에서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정전기는 작은 관리만으로도 한층 줄어들 수 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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