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넘긴 몸의 신호, 원인에 따른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헬스인뉴스] 추운 겨울이 아니어도 유독 발끝이 시려 잠을 설칠 때가 있다. 퇴근길이면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오른 다리 때문에 신발이 꽉 끼는 경험도 흔하다. 우리는 흔히 이런 증상을 마주할 때 혈액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이 온몸을 돌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인 혈액순환은 우리 생명 유지의 핵심이다. 하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무조건 혈류 문제로만 단정하면 진짜 원인을 놓칠 수 있다. 최근 의학적 기준에 맞춰 몸의 경고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살펴본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손발 시림과 다리 부종은 혈관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일상에서 흔히 겪는 손발 시림과 다리 부종은 혈관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 몸의 엔진이 보내는 경고음 '혈액순환'

혈액순환은 전신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회수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몸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손발이 차거나 어지러우면 무조건 피가 잘 안 돌아서 생기는 문제로 보았으나, 현재의 의학적 관점은 더 세밀해졌다. 같은 증상이라도 신경 문제나 호르몬 변화, 혹은 복용 중인 약물의 영향 등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몸의 증상이 단순한 혈류 정체인지, 아니면 다른 기관의 이상 신호인지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손발이 차갑다면 혈관 수축 반응 살펴야

수족냉증은 혈액순환 장애의 대명사처럼 불린다. 손끝과 발끝까지 혈액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체온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단순히 피가 덜 가는 것을 넘어 혈관이 과도하게 예민해진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레이노 현상이 있다.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면서 손가락 색깔이 하얗게 변했다가 파랗게, 다시 붉게 변하는 증상을 동반한다. 만약 색 변화가 뚜렷하다면 단순한 순환 저하가 아닌 혈관의 과민 반응을 의심해봐야 한다. 빈혈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 역시 몸을 차갑게 만드는 흔한 원인 중 하나다.

◇ 갑자기 일어날 때의 어지럼증은 혈압 조절의 문제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눈앞이 핑 도는 기립성 저혈압은 많은 이들이 겪는 불편함이다. 이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뇌에 피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립성 저혈압의 핵심은 자세 변화에 따라 혈압을 적절히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기능이다. 몸속 수분이 부족한 탈수 상태이거나, 평소 복용하는 혈압약의 영향, 혹은 당뇨 등으로 인한 신경 손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할 때가 많다. 일시적인 혈류 흐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혈압 조절 능력의 저하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 다리 저림과 무거운 부종은 서로 다른 신호

다리가 저릿하면 보통 피가 통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다리가 저리거나 찌릿한 증상은 혈관보다는 신경의 문제일 확률이 높다. 허리 디스크나 좌골신경 압박, 혹은 말초신경의 이상이 저림의 주된 원인이다. 반면 실제 혈관, 특히 정맥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다리가 저리기보다는 묵직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나 통증, 부종이 나타난다. 다리가 자주 붓고 밤마다 쥐가 난다면 하지정맥류 같은 정맥 순환 장애를 고려해봐야 하지만, 날카로운 저림은 신경계 점검이 우선이다.

◇ 일상에서 실천하는 혈관 건강 관리법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특정 음식을 찾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생활 습관의 교정이다. 마늘, 양파, 비트 등이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식재료인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대신 짜게 먹는 습관을 버리고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식단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심장의 펌프 기능을 강화해 혈류 속도를 높인다. 한 자세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습관을 피하고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정맥에 혈액이 고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위험 신호들

가벼운 혈액순환 문제는 생활 습관 개선으로 나아지기도 하지만,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신호도 있다. 만약 양쪽이 아닌 한쪽 다리만 갑자기 퉁퉁 붓고 열감이 느껴지며 통증이 심하다면 심부정맥 혈전증 같은 위험한 상태일 수 있다. 또한 손발 저림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몸에 마비 증상이 온다면 이는 단순 순환 문제가 아닌 뇌혈관 질환의 신호다.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내 몸의 신호를 정확히 읽고 대처하는 것이 건강한 혈관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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