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항문 질환부터 대장암 가능성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내 몸의 경고

◇ 변의 색깔이 말해주는 출혈 위치
혈변은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통틀어 말한다. 대개 선홍색 피가 보이면 하부 위장관인 대장이나 직장, 항문 부근의 출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피의 색깔만으로 출혈 위치를 완벽하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출혈의 양이 아주 많거나 장 운동이 빨라 피가 변하기 전에 배출되면 위쪽에서 발생한 출혈도 붉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이 아주 검거나 짜장면처럼 어두운 색을 띤다면 이는 위나 십이지장 같은 상부 위장관에서 발생한 피가 소화액과 만나 변색된 것일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 흔한 치질 증상과 대장 질환의 구분
많은 사람이 혈변을 보면 가장 먼저 치질을 떠올린다. 실제로 항문 입구가 찢어지는 치열이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치핵은 혈변의 매우 흔한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대장암이나 대장 용종, 염증성 장질환 등 더 중대한 질환의 신호가 치질 증상과 매우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치질이 있다고 해서 다른 대장 질환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혈변이 나타났을 때 스스로 병명을 진단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른 질환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 함께 살피면 좋은 몸의 변화와 위험 신호
혈변 그 자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평소와 달라진 배변 습관이다. 최근 들어 갑자기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거나 대변의 굵기가 눈에 띄게 가늘어지는 증상이 지속된다면 장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변감이 남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고 어지러운 빈혈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는 장 내부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해 봐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다. 이러한 변화들은 대장암을 포함한 주요 장 질환에서 흔히 관찰되는 특징이므로 평소 자신의 배변 패턴을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 응급 진료가 필요한 결정적 증상들
모든 혈변이 당장 수술이나 입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도 있다. 출혈량이 갑자기 많아져 피가 멈추지 않거나 덩어리진 피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혈변과 함께 심한 복통, 식은땀, 어지럼증이나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는 체내 대량 출혈로 인한 위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응급 평가가 우선이다. 또한 변의 색깔이 짙은 검은색으로 변해 흑변이 계속된다면 위쪽 소화기관의 심각한 출혈일 수 있으니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 건강한 장을 지키는 정기적인 검진의 중요성
대장 질환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50세부터 국가 대장암 검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더 이른 나이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육류 위주의 식단, 가공식품 섭취가 잦은 편이라면 40대 중반부터라도 대장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혈변은 장 건강의 끝이 아니라 예방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신호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송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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