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유전체는 단순한 염기 서열이 아닌, 접히고 꼬인 3차원 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가 특정 면역 유전자가 언제, 얼마나 활성화될지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이 확인됐다.

김형표·이은총 연세대 의대 교수팀은 CD4⁺ T 세포에서 DNA 구조가 면역 유전자 작동과 약물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DNA 구조를 조율하는 핵심 단백질 CTCF 기능을 일부 제거한 세포를 만들고, 정상 세포와 비교했다. 그 결과, 구조가 변형된 세포에서는 유전자와 조절 부위 간 공간적 연결이 깨지며 유전자 활성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DNA 3차 구조가 면역 유전자 작동과 약물 반응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정밀의학 연구에 기초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DNA 3차 구조가 면역 유전자 작동과 약물 반응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정밀의학 연구에 기초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연구팀은 또한 유전자 전사 속도에도 차이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연결 구조가 안정적인 유전자는 RNA 중합효소가 빠르게 이동하며 작동하지만, 구조가 무너진 유전자는 전사가 지연돼 면역 반응 속도가 느려졌다. DNA 입체 구조가 단순한 켜짐·꺼짐을 넘어 면역세포 반응 속도를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흥미롭게도, 같은 면역 약물을 적용해도 DNA 구조 변화에 따라 유전자 반응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사람마다 약물 반응이 다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왼쪽부터) 김형표 연세대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 이은총 의생명과학부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왼쪽부터) 김형표 연세대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 이은총 의생명과학부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김형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를 평면적 시각으로 보는 기존 접근을 넘어, 입체적 연결 네트워크 관점에서 면역과 약물 반응을 이해해야 함을 보여준다”며 “면역질환 연구와 개인 맞춤 치료 전략 수립에 핵심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체의 3차원 구조가 면역 유전자 작동과 약물 반응을 동시에 조절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며, 정밀의학과 면역 연구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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