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원 샤합 하가예그(Shahab Haghayegh) 박사는 오랜 시간 수면 문제로 고민하다가, 아침 샤워를 저녁 샤워로 바꾼 것만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경험은 과학적 연구로 이어졌고, 이후 그는 따뜻한 밤샤워가 수면의 질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입증했다.
1. 수면을 원한다면, 저녁 샤워가 정답
사람의 체온은 생체리듬에 따라 밤에 낮아져야 깊은 잠을 유도한다. 그러나 현대의 온도 조절된 실내 환경은 이 흐름을 방해한다. 여기서 따뜻한 저녁 샤워는 체온을 일시적으로 올려 체내 열이 피부로 빠져나가면서 전반적인 체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준다.
결과적으로 수면 잠복기(잠드는 시간)가 단축되고 수면의 깊이도 증가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단, 이상적인 샤워 시간은 취침 1~2시간 전, 섭씨 약 40도(화씨 104도)의 물로 10분 이상 샤워하는 것이다. 너무 늦게 샤워하면 오히려 체온 저하가 지연돼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2. 창의성이 필요하다면? 밤샤워 추천
샤워 중 자유로운 사고가 활발해지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쉬운 시간이 바로 밤이다. 뇌가 덜 억제되고 유연해지기 때문에 창의성이 활성화되며, 이것이 ‘샤워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말의 과학적 배경이다. 밤샤워는 마치 고요한 새벽에 낚시를 하듯, 불쑥 떠오른 통찰이 그날 하루를 바꿀 수도 있다.
샤워는 단순히 개운함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루 동안 피부에 쌓인 먼지, 땀, 피지, 미세먼지, 공해 물질을 제거하는 ‘1차 방어선’이다. 이때 저녁 샤워는 피부에 쌓인 오염물질을 하루 안에 제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진호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외선, 대기오염, 피지 분비 등이 많은 날일수록 저녁 샤워가 피부 트러블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수면 중 피부 장벽 회복을 방해할 수 있는 외부 자극 물질을 제거해야 건강한 피부 재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종현 오라클피부과 강남점 원장 역시 저녁 샤워의 효과에 동의한다. “특히 지성 피부나 여드름, 땀띠 등 피지성 피부 질환을 가진 사람은 하루의 피지와 땀을 반드시 자기 전 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공을 막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여름철엔 땀과 열기로 인해 세균 번식이 활발해지므로, 밤에 샤워하고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피부 컨디션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정진호 교수와 임종현 원장은 저녁 샤워가 피부 건강과 수면의 질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4. 실용성과 각성 효과? 아침 샤워가 유리
아침 샤워의 가장 큰 장점은 정신적 각성과 준비된 외모다. 임상 심리학자 셸비 해리스 박사는 “아침 샤워는 기상 후 생체리듬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며, 특히 차가운 물은 각성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하가예그 박사 역시 “아침의 찬물 샤워는 체온 유지 반응을 유도해 에너지감이 상승하며, 하루를 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5. 어떤 샤워든 ‘일관성’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샤워는 우리 몸에 특정한 신호로 작용하는 루틴이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면 전 샤워를 일정하게 하면 몸은 자연스럽게 “이제 자야 할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인식하게 된다. 샤워 하나에도 과학이 있다. 잠을 잘 자고 싶다면, 피부를 지키고 싶다면, 아니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샤워 시간의 선택은 당신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당신의 하루는 언제 시작되고, 언제 마무리되나요?” 그 리듬에 맞춰 샤워 루틴을 설계한다면 더 나은 수면, 건강한 피부, 명료한 정신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종현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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