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과도한 땀 배출로 체내 수분과 진액이 빠져나가 심장과 폐 기능이 약해지는 상태, 즉 ‘열탈진(서열증)’의 초기일 수 있다. 특히 어르신, 야외 근로자, 냉방과 외부 온도차를 반복 경험하는 직장인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만성 피로, 어지럼증, 두근거림, 입 마름 등은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다.
이런 무기력함에 한방 보약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맥산(生脈散)’은 여름철 대표적인 기력 회복 처방으로 꼽힌다.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고전 처방으로, 더위에 지친 몸의 기운을 살리고 진액을 보충하는 데 오랜 기간 활용돼 왔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을 심장과 폐가 약해지기 쉬운 계절로 본다. 심장은 혈액 순환, 폐는 호흡과 기의 순환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다. 이 두 장기가 무더위와 땀으로 과도한 부담을 받게 되면, 가슴 두근거림, 숨참, 기침, 탈력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여름철 무기력증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된다. 맥문동은 갈증과 열을 가라앉히고 폐를 적셔준다. 인삼은 떨어진 원기를 끌어올리고, 오미자는 땀을 수렴해 기운의 누수를 막는다. 이 세 가지의 조화는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기운을 보충해주며, 특히 심폐 기능 회복에 탁월하다.
하지만 생맥산이 만능은 아니다.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맞게 조정된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황련이나 치자를 추가해 열을 꺼주고, 기력이 매우 떨어진 경우엔 황기 등을 보완할 수 있다. 인삼이 부담스러운 체질이라면 사삼 같은 대체 약재가 쓰이기도 한다.

여름 더위는 잠시 지나가는 계절이지만, 이 시기의 기력 손실을 방치하면 가을·겨울에도 만성 피로나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무너진 체내 균형을 회복시킬 수 있는 한방의 지혜를 활용해보자. 생맥산을 통해 여름철 기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활기찬 일상을 회복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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