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포스코이엔씨 산재 엄정대응’ 지시...올해 4명 숨진 이랜드건설 빠져 “죽음에도 이름값 있나?”
노동자 4명 목숨 잃었지만 공개사과 없고 사망사고 책임 지고 물러난 경영진 없어...침묵은 곧 무책임 지적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연속적인 인명 사고를 발생시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였는지 여부를 따져보며, 건설면허 취소나 공공입찰 배제와 같은 가능한 제재 조치를 모두 강구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한 메시지는 반복되는 산재에 대한 국가의 의지를 다시금 확인시킨 계기로 평가된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이에 즉각 반응해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임원진이 사퇴를 결정했다. 조직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기업 차원의 공식 사과와 물러남이 동반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에 더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랜드건설은 이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이랜드건설은 지금껏 어떠한 공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사망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원이나 경영진은 단 한 명도 없다. 반복된 죽음 앞에서 기업의 대응은 침묵으로 일관됐고, 그 침묵은 곧 무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랜드건설에서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네 건이다. 그중 두 건은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다.
서울 중랑구 묵동의 청년주택 공사현장에서는 지난 4월, 몽골 국적의 하청 노동자가 첫 출근날 17층에서 추락해 숨졌고, 3개월 뒤인 7월 21일에는 타설공이 현장 도착 직후 쓰러져 병원 이송 후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사고 당일이 첫 출근날이었다.
다만 이랜드건설 측은 7월 21일 사고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까지 전하며 인명사고가 아니라 사인은 기저질환으로 인한 심근경색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4월 26일 강서구 마곡동에서는 데크플레이트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5월 30일 대전 봉명동에서는 항타기 부품에 깔려 트레일러 기사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3건의 사망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일부 현장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 감독도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SPC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간담회 자리에서 “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대통령은 “예방을 위한 비용과 사고 발생 시 감수해야 할 대가 사이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죽지 않아야 할 사회, 안전한 일터”를 위한 체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포스코이앤씨의 사고뿐 아니라 이랜드건설의 반복된 사고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 강경한 지시와 제재 검토는 포스코이앤씨에만 집중되고, 이랜드건설은 지금껏 대통령 발언의 대상에서 비껴간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이랜드건설은 사망사고가 일어난 묵동 현장을 ‘청년을 위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포장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마케팅을 꾸준히 펼쳐왔다. 서울시와 협업해 청년 맞춤형 주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했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우수 부동산 서비스 사업자로 인증까지 받았다.
10만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대한 비전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그 청년이 일하는 현장에서는 안전조치 하나 없이 죽음이 반복됐다. 이랜드건설이 청년을 위한 복지를 말하는 동안, 그 현장에 투입된 청년노동자와 고령의 하청노동자는 생명을 잃었다.
포스코이앤씨와 이랜드건설, 두 기업 모두 올해 건설현장에서 다수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한쪽은 대통령의 지시 하에 면허 취소 검토 대상이 되었고, 사과와 책임 사퇴가 뒤따랐다. 반면 다른 한쪽은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이 이어지지만 아직까지 책임지는 사람도, 공개적인 유감 표명도, 대통령의 제재 지시도 받지 않았다. 같은 해, 같은 분야, 같은 죽음이지만, 책임의 무게는 이렇게 달라졌다. 생명 앞에서도 기업의 이름값이 작동한다면, 그 사회는 아직 공정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죽지 않아야 할 사회, 안전한 일터”라는 발언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 의지를 드러낸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원칙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제재 기준 역시 기업 규모나 정체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허 취소 검토와 같은 강도 높은 조치가 일부 기업에만 국한될 경우, 정책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랜드건설 역시 반복된 사고 구조 안에 놓인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해서도 유사한 기준과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산업재해를 유발한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면,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주체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유신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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