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루는 항문 주변에 고름이 터지고 나서 생긴 좁은 통로, 즉 누공(fistula)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상처처럼 보이지만, 환자에게는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할 만큼 지속적이고 고통스러운 증상을 유발한다. 흔히 항문 주위 농양이 반복되며 터진 뒤 생기는 경우가 많고,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 만성 장 질환과 관련되기도 한다.

치루의 대표적인 증상은 항문 주위에서 반복되는 분비물과 통증이다. 고름이나 혈액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며, 염증이 심할 때는 열이 나기도 한다. 단순한 치핵이나 일시적인 상처로 착각하기 쉬워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돼 감염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치루는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 모두 정교함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는 문진과 직장 수지검사로 1차 진단을 진행하고, 필요 시 초음파나 MRI를 통해 누공의 형태와 범위를 확인한다. 특히 누공이 괄약근을 관통하는지 여부는 치료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윤진석 대항하정외과 원장
윤진석 대항하정외과 원장
치루의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단순한 형태의 치루는 비교적 간단한 절개 및 배농 수술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괄약근 손상이 우려되는 복잡 치루의 경우에는 단계적인 치료나 세트론(seton) 삽입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는 상처 부위 관리와 재발 방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예방은 어렵지만 조기 대응은 가능하다. 항문 주위에 불편함이나 종창, 분비물이 느껴진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의료진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반복되는 항문 통증이나 농양은 치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기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식습관 개선과 배변 습관의 변화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루는 민망하고 불편한 부위의 질환이지만,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는 질병이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이 반복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치료를 미루기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글 : 윤진석 대항하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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