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사소한 상처나 가벼운 부상 후에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의심해야 한다. 단순 골절이나 염좌뿐 아니라 뇌졸중, 척수 손상, 심근경색 같은 중대한 상황 뒤에도 찾아올 수 있는 이 병은, 통증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하고 오랜 기간 이어져 환자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이미순 순천향대 부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별다른 자극 없이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자발통’, 옷깃이 닿는 것만으로도 참기 힘든 고통인 ‘이질통’, 그리고 통증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되는 ‘감각 과민’이 주요 증상”이라면서 “여기에 피부색 변화, 온도 차, 과도한 땀 분비와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 징후뿐 아니라 근력 약화와 운동 제한 같은 신경계 문제도 종종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작은 외상에도 지속되는 극심한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의심하고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작은 외상에도 지속되는 극심한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의심하고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 원인도 복잡, 진단도 쉽지 않은 미스터리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단순히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신경의 과도한 흥분, 교감신경계의 비정상적 반응, 만성 염증, 그리고 뇌에 저장된 왜곡된 통증 기억이 얽혀 복합적인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환자마다 증상은 물론 원인도 제각각이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편이다.

말초신경병증, 류마티스 관절염, 섬유근육통 등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되기 쉽다. 확진하는 단일 검사법이 없기에, 여러 증상과 경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다양한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 늦기 전에 치료해야 산다, 통합 치료가 답이다
이 병은 발병 6개월 이내에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완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순 교수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뇌 속 통증 회로가 굳어지고, 관절이 굳거나 뼈가 약해지는 등 구조적 변화가 생겨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한다.

치료는 약물뿐만 아니라 신경 차단술, 물리치료, 재활치료, 심리 치료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심한 경우 척수신경자극술도 고려된다.

이미순 순천향대 부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이미순 순천향대 부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환자가 가장 큰 고통을 겪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 통증’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오해받는 일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일이 많아 심리적 고립과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이미순 교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신경계의 기능 이상에서 기인하는 병이다. 환자에게는 정확한 정보와 진심 어린 공감,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의료진은 단순히 통증만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통합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환자가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지만, 25~30%는 만성 통증과 기능 저하가 남을 수 있다. 이미순 교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다만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 그리고 가족과 사회의 든든한 지원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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