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편리한 배달앱, 넘쳐나는 간편식, 숨 돌릴 틈 없는 일상. 우리는 지금 음식이 단순한 ‘끼니’가 아닌 감정의 탈출구가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음식 중독’이라는 또 하나의 현대 질환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폭식을 멈출 수 없고, 자꾸만 특정 음식을 찾게 되는 건 단순한 식탐이 아니다. 뇌의 보상 회로가 왜곡된 결과일 수 있다. 단 음식과 기름진 음식은 뇌에서 도파민을 촉진해 강한 쾌감을 유도하는데, 이 경험이 반복되면 뇌는 특정 음식을 보상으로 학습하고, 갈망은 습관을 넘어 중독으로 굳어진다.

여기에 스트레스, 외로움, 불안 같은 감정이 더해지면 음식은 ‘정서적 진통제’가 되어버리고, 중독은 더욱 깊어진다.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식 중독은 단순히 많이 먹는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보상 체계가 영향을 받는 병적 현상”이라며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음식 중독은 단순한 식탐이 아니라, 뇌의 보상 시스템 이상으로 생기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음식 중독은 단순한 식탐이 아니라, 뇌의 보상 시스템 이상으로 생기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폭식이 남긴 흔적, 무너진 건강과 마음
음식 중독은 체중 문제를 넘어서 신체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과도한 칼로리 섭취는 비만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으로 이어진다. 혈당 불균형은 피로, 무기력, 집중력 저하 등 삶의 질까지 떨어뜨린다.

정신 건강도 예외는 아니다. 참지 못한 식욕에 대한 자책, 낮아진 자존감, 반복되는 우울감과 불안은 인간관계는 물론 직장과 사회생활까지 흔들리게 만든다. 특히 ‘먹는 행위’가 감정 조절 수단이 되면 고립감은 심화되고,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배가 불러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먹는 행동, 줄이려 해도 실패하는 과식, 식사 후 죄책감과 수치심, 음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등

진단은 설문지, 식습관 평가, 정신 건강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혼자의 싸움은 위험하다..... 함께 관리해야 끝난다

음식 중독은 단순히 식단을 조절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인지행동치료와 영양 상담, 생활 습관 개선 등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약물 치료도 병행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를 ‘의지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 인식의 변화다.

서 교수는 “음식 중독 위험군 대부분이 불규칙한 식습관을 갖고 있다”며 “식사일지를 작성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 과식하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중독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혼자 식사하는 ‘혼밥’은 무의식적 과식을 유도하기 쉽다. 이럴 땐 미리 식사량을 정해두고, 식사 후 남은 음식을 바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며 먹는 행동도 섭취량을 늘리기 쉬운 환경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 교수는 “식사 환경을 통제하고, 오직 식사에 집중하는 ‘마인드풀 이팅’ 습관이 음식 중독을 예방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은 생존의 수단이지만, 감정의 출구가 될 때 독이 된다. 음식 중독은 결코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다. 문제를 인정하고, 생활 속에서 식습관을 바로잡고, 필요할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 그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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