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흔히 회자되지만, 심리학 관점에서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때 성격과 성품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격은 개인의 선천적·습관적 특성을 보여주지만, 성품은 선택과 훈련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내적 힘이라는 설명이다.

김현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격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타내지만, 성품은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는가’를 결정한다”며 “즉, 기질은 바뀌지 않더라도, 그 기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두쇠 스크루지' 이야기에서 주인공 스크루지는 평소 인색하고 야박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하루 간 강력했던 자기 성찰을 통해 진정한 공감과 배려의 삶을 선택하게 됐다.(이미지 디자인 =GDH AI Design Team)
'구두쇠 스크루지' 이야기에서 주인공 스크루지는 평소 인색하고 야박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하루 간 강력했던 자기 성찰을 통해 진정한 공감과 배려의 삶을 선택하게 됐다.(이미지 디자인 =GDH AI Design Team)

성격: 타고난 틀, 변화는 제한적
성격은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의 반복적 패턴이다. 유전적 기질과 성장 환경이 결합해 형성되며, 시간이 지나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현대 심리학에서 널리 쓰이는 ‘빅파이브(Big Five)’ 모델은 성격을 다섯 가지 차원으로 나눈다.

· 개방성: 새로운 경험과 학습을 즐기는 정도
· 성실성: 책임감과 계획성
· 외향성: 사회적 활력과 대인관계 선호
· 친화성: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력성
· 신경성: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대응

김 교수는 “이 다섯 요소는 성격의 방향성을 보여줄 뿐,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기준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외향성이라도 삶의 선택과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성품: 선택과 훈련으로 만드는 내적 힘

성품은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의지,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능력을 뜻한다. 정직함, 용기, 배려, 공정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성품을 “도덕적 선택의 방향성을 정하는 내적 특성”이라고 정의했다.

성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경험과 학습, 자기 성찰을 통해 점차 발달한다. 갈등 상황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행동이 성품을 드러낸다. 일상에서 흔히 “성격 좋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사실 성품이 잘 발달한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라도 성품에 따라 삶의 방향과 선택은 크게 달라진다”며 “기질은 고정돼 있지만, 그 기질을 다루는 능력과 행동은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성숙한 인간 성장의 핵심은 선천적 성격을 넘어, 개인의 선택과 책임, 배려와 용기에서 완성된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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