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포증'은 공포보다 혐오에 가까운 감정… 일상 방해하면 상담 필요

[헬스인뉴스] 대화를 나누다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벌집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이유 없이 등골이 오싹하거나 온몸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은 사람이 있다. 팬케이크 반죽에 생긴 기포, 연꽃씨의 구멍 패턴처럼 작은 구멍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이미지를 보고 갑자기 눈을 돌린 경험 역시 낯설지 않다.

이처럼 특정한 구멍 패턴이나 군집 형태를 보았을 때 강한 불쾌감, 소름,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을 흔히 ‘환공포증’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공포보다는 혐오에 가까운 시각적 반응으로 보는 연구가 많다. 정식 정신질환으로 진단되는 증상은 아니지만, 이러한 패턴을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해 일상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작은 구멍이 모인 패턴은 많은 사람에게 본능적인 불쾌감과 거부감을 유발한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작은 구멍이 모인 패턴은 많은 사람에게 본능적인 불쾌감과 거부감을 유발한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 환공포증은 공식 진단명이 아니다

환공포증이라는 말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표현이며, 현재 정신질환 진단 기준(DSM)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에게서 군집 패턴을 보았을 때 본능적인 거부감, 가려움, 소름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는 인구의 약 10~18%가 이러한 패턴을 보면 불편감을 느낀다고 보고한다.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떠올라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전문가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

◇ 몸이 먼저 느끼는 불쾌감의 정체

일반적인 공포증은 특정 대상 앞에서 강한 두려움과 회피 행동이 나타나며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지는 신체 반응을 동반한다. 그러나 군집 패턴에 대한 반응은 두려움보다는 혐오감에 가까운 반응이라는 해석이 많다. 연구에서는 이런 반응이 위험한 동물을 본능적으로 피하기 위한 진화적 배경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독성이 강한 동물이나 기생충, 피부 질환의 흔적들이 비슷한 무늬를 띠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패턴을 접하면 불쾌함이나 경계심이 생기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이 만든 감각

일부 패턴은 피부 질환, 감염, 기생충 증상 등과 유사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무늬가 질환의 흔적과 닮아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반응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공포증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회피 반응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 증상이 심할 때는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환공포증 반응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지만, 정도가 심하면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거나 특정 상황을 지나치게 피하게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 업무, 인간관계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하다.일반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시각적 자극에 점진적으로 적응시키는 방식이 활용되며, 반응의 강도와 빈도에 따라 치료 여부가 결정된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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