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 어려운 췌장암,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할 전조 증상

[헬스인뉴스] 중년 이후 건강검진 결과지에 '당뇨'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거나, 잘 조절되던 혈당이 갑자기 치솟을 때 우리는 보통 식습관부터 점검하곤 한다. 혹은 평소보다 조금 더 피곤하거나 입맛이 없는 것을 단순한 노화나 업무 스트레스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의 사소한 변화들이 때로는 우리 몸 깊숙한 곳, 위장 뒤편에 숨어있는 췌장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일 수 있다. 췌장암은 초기 발견이 어렵고 예후가 나쁘기로 악명이 높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내 몸이 보내는 비특이적인 신호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지혜가 절실한 암이다.

췌장은 위장 뒤편 깊숙이 위치해 있어 정기적인 신체 변화 관찰이 조기 발견의 실마리가 된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췌장은 위장 뒤편 깊숙이 위치해 있어 정기적인 신체 변화 관찰이 조기 발견의 실마리가 된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숨은 췌장

췌장은 소화를 돕는 효소를 분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만드는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위치상 위장 뒤쪽, 몸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암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췌장암을 '침묵의 암'이라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주변 장기를 압박하거나 황달과 같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흡연과 당뇨 등 위험 요인을 높이는 생활 습관

췌장암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하고 확실한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흡연이다. 통계적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으며, 이는 금연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45세 이상의 고령, 비만, 그리고 만성 췌장염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가족력이 없는데도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거나, 기존에 앓던 당뇨병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는 췌장 건강 이상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놓치기 쉬운 췌장암의 의심 증상들

췌장암의 증상은 소화불량이나 피로감처럼 일상적인 불편함과 닮아 있어 구분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수개월 사이에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상복부나 등 부위의 통증이 지속되기도 하며, 피부나 눈의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나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변의 색이 회색으로 변하거나 변에 기름기가 섞여 나오는 증상 역시 췌장의 소화 기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의심 징후들이다.

◇ 꾸준히 높아지는 생존율과 현명한 관리법

과거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5% 미만으로 알려져 절망적인 암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의료 기술의 발달과 조기 검진 노력 덕분에 국내 최신 통계(2018~2022년) 기준 5년 상대생존율은 16.5%까지 향상되었다. 여전히 다른 암에 비해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조금씩 희망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반적인 무증상 성인에게 매번 고가의 췌장암 정기 검진을 필수로 권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가족력이 강하거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라면 전문의와 상의해 주기적인 관찰을 진행하고, 금연과 체중 조절 같은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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