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날씨가 따뜻해지며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쉽다. 이때 근육통으로 오해하기 쉬운 '대상포진'이 신경계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른다. 대상포진은 단순히 피부에 물집이 잡히는 병이 아니라, 신경을 침범하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다.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 체계가 약해진 틈을 타 다시 깨어나면서 통증과 발진을 유발한다.

정연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상포진의 전구 증상인 '초기 통증'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부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몸의 한쪽이 칼로 찌르는 듯하거나 불에 타는 듯이 아프다면 이미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이동하며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당뇨병이나 암 치료를 받는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는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근육통으로 오해하기 쉬운 '대상포진'이 신경계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른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근육통으로 오해하기 쉬운 '대상포진'이 신경계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른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통증이 나타난 뒤 며칠이 지나면 신경 분절을 따라 띠 모양의 붉은 발진과 수포가 돋아난다. 발진은 주로 몸통이나 얼굴의 한쪽 면에만 국한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시간이 흐르면 수포에 딱지가 앉으면서 회복하지만, 발진이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이 미미한 '무포진 대상포진' 사례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과거 병력과 임상 증상을 종합해 항바이러스제 처방 여부를 결정한다.

질환 대응의 핵심은 항바이러스제 투여 시점인 '72시간'이다. 발진 발생 후 사흘 안에 약을 써야 바이러스 증식을 막고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정연정 교수는 “초기 통증을 단순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파스만 붙이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기 치료는 신경 손상을 줄여 평생의 통증으로 남을 수 있는 후유증을 방어하는 첫걸음이다.
대상포진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피부가 나은 뒤에도 지독하게 따라붙는 만성 통증에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피부 병변이 사라진 후에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고통을 준다. 이는 손상된 신경계가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계속 뇌에 보내기 때문에 생긴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신경통에 걸릴 위험이 크고 통증의 강도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수면 장애는 물론 우울증까지 유발해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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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제공>

후유증을 막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조기 치료와 더불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한국 의료계에서는 50세 이상 성인과 18세 이상 면역저하자에게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최근 도입한 재조합 백신은 90%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며, 병에 걸리더라도 극심한 신경통으로 번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철저한 면역 관리와 적기 예방접종이 고통스러운 대상포진의 사슬을 끊는 열쇠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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