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부 겉만 다뤄온 경우가 많다
오래 반복된 홍조 환자들을 보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의 접근이 대부분 얼굴 표면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이다. 붉은기를 가라앉히고, 혈관을 없애거나, 자극을 줄이는 방향이다. 이런 관리가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피부 관리만 반복하다보면 계절이 바뀌거나 몸 상태가 떨어질 때 다시 홍조가 올라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조는 피부 혈관이 확장된 결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혈관이 왜 반복적으로 확장되는지 즉, 열감을 만들어내는 몸 안의 상태가 함께 다뤄지지 않으면 표면을 가라앉혀도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몸이 내부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피부 표면의 혈관이 늘어나는 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의학에서 홍조 치료를 피부와 몸 안을 함께 보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얼굴은 화끈, 손발은 얼음장
오래된 홍조에서는 이런 체질이 많다. 얼굴로는 열이 오르는데 손발이나 아랫배는 오히려 차가운 기운이 있다. 위와 아래의 온도가 어긋나 있다면 문제는 얼굴 표면이 아니라 몸 전체의 열 균형에 있을 수 있다. 이를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 부른다.
최근 오랜 홍조로 찾아온 한 30대 환자의 경우, 얼굴에는 수시로 열감이 오르는 한편 손발과 복부는 차고 밤에는 손발이 저려 잠까지 설치는 상태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올라온 여드름은 진물과 흔적을 남겼고 몇 년간 염증이 피고 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환자 본인은 피부 문제, 냉증, 수면 문제를 각각 다른 일로 여겨 다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환자의 경우 오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몸 안의 열이 위쪽으로만 몰리고 아래는 오히려 차가워지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체질이었다. 상열하한 체질인 사람들은 몸속 열 순환이 잘되지 않아 열이 위로 뜨며 아래가 차가워지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피부 문제, 냉증, 수면 문제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약과 침 치료를 함께 진행하며 몸 안의 열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홍조의 괴로운 증상 중 하나인 '열감'이 가라앉으면 피부가 진정되고 장벽이 회복될 시간이 쌓이며, 염증도 서서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몸의 겉과 속, 모두를 챙기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
안면 홍조가 오랫동안 낫지 않는다면 '몸 안의 건강을 함께 챙겼는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홍조는 피부 겉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몸 안의 불균형이 함께 다뤄지지 않으면 표면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같은 홍조라도 그 바탕에 있는 몸의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피부 겉면을 살피는 동시에, 왜 그 열이 계속 올라오는지 몸 안의 원인을 함께 보는 것이 오래 반복되는 홍조 치료에 중요하다.

(글 : 정수경 리미지한의원 원장)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오하은 기자
press@healthinnew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