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채민지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언어는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는 능력인 수용 언어, 직접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인 표현 언어로 나눠 볼 수 있다. 언어 발달 지연의 경우 수용 언어 또는 표현 언어 하나만 느릴 수도 있고, 둘 다 늦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신경발달학적 원인으로 선천적인 원인이다. 뇌의 발달 과정 자체와 관련된 경우로, 단순 언어 지연도 있지만 사회성이나 인지발달 저하가 동반되는 때도 있다. 두 번째는 청각적인 원인이다. 선천적으로 청력에 문제가 있거나 반복적으로 중이염을 앓았을 경우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말을 배우기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언어 지연이 의심될 때 청력 검사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환경적인 요인이다. 충분한 언어 자극을 받지 못한 환경, 예를 들어 상호작용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미디어 노출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 월령별 발달 단계와 경고 신호
아이들의 언어 발달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뤄진다. 생후 9~12개월 사이에는 이름을 부르면 반응을 보이고, 간단한 지시를 알아듣기 시작한다. 보통 돌 무렵에는 첫 단어 발화가 진행된다. 생후 18개월경에는 어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평균 20개에서 50개 정도의 단어를 구사하게 되고, 두 돌이 되면 "물 줘", "엄마 가" 같은 두 단어 조합으로 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36개월이 되면 세 단어 이상으로 문장을 만들어 낸다.
월령별 경고 신호는 12개월에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손가락으로 포인팅하는 게 전혀 없는 경우, 18개월에 단어를 단 하나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 24개월에 표현 단어 수가 50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36개월에 짧은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기준에 해당이 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평가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 영유아 건강검진, 이렇게 활용해야
한국은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실제로 언어 지연이 조기 발견되는 경우들이 많다. 검진 항목 중에 한국형 영유아 발달 선별검사라고 하는 설문이 포함되어 있고, 이 안에 언어 발달 관련 문항들이 있다. 채민지 교수는 "이 설문을 형식적으로 서둘러 체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실제로 진단이 늦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설문을 할 때 시간을 할애해서 실제 아이를 관찰한 부분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실제로 본 적 있다'를 기준으로 체크해야 하며, 심화 평가 권고 소견이 나오면 그냥 넘기지 말고 바로 전문가에게 진료를 보고 필요시 세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병원에서의 평가 방법
한국에서 많이 쓰는 검사로는 영유아 언어 발달 검사인 SELSI,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PRES, 학령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LSSC 등이 있다. 이런 검사들을 통해 수용 언어와 표현 언어 점수를 또래 평균과 비교해서 발달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수치화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로 인지 발달 검사나 자폐 스펙트럼 검사도 함께 진행한다. 언어 지연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인 발달 지연이나 사회적 상호작용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전체적인 발달 양상을 같이 보는 게 중요하다.
◇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언어 치료는 먼저 언어치료사가 정밀 평가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수용 언어, 표현 언어, 조음, 화용 언어 등 어떤 부분들에서 어려움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진행하는데, 아직 발화가 전혀 없는 아이들은 이해하는 어휘들을 늘려가고 언어 모방을 통해 한 음절씩 발화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단어 발화는 가능하나 두 단어 구나 문장 형성이 안 되는 경우라면 단어 조합을 만들어 가는 연습을 하게 된다. 장난감이나 역할놀이 같은 활동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어휘와 문장구조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기는 영향
언어 발달에는 '민감기'라는 게 있다. 특히 만 2세에서 5세 사이는 뇌의 신경 가소성이 활발한 시기라서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 자극과 치료적 개입이 들어가면 효과가 훨씬 크고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언어 지연은 학습 영역에서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향후 학습 전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사회성과 또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말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또래와 갈등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이게 누적되면 사회적 위축이나 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채민지 교수는 "부모님들께서 너무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다그치거나 비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아이는 부모의 불안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걱정만 하다 보면 정작 아이에게 반응해 주는 시간도 빼앗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걱정보다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한마디라도 더 기다려 주고 반응해 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의심되는 신호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 보길 권한다. 빠른 발견과 적절한 개입이 추후 치료 효과나 경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송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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