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한국의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란셋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같은 연령대에서 호주는 11.2명, 미국은 10명 수준이다.

대장암은 오랫동안 5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 병으로 여겨졌지만, 한국에서는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장 건강은 나이와 상관없이 식습관과 생활 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들어 젊은 층에서도 대장암과 염증성장질환이 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장 건강은 나이와 상관없이 식습관과 생활 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들어 젊은 층에서도 대장암과 염증성장질환이 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장 부담'이 커지는 식습관과 생활습관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건 식생활과 몸 상태의 변화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202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고혈압·고혈당·복부비만 등이 한꺼번에 겹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을 가진 30대 남성 비율은 2007년 19%에서 2018년 24.7%로, 40대 남성은 같은 기간 25.2%에서 36.9%로 늘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분당서울대병원, 숭실대학교 공동연구에 따르면 이런 이상 항목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대장암 위험도 단계적으로 올라가며, 복부비만이 심한 경우에는 위험도가 최대 53%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붉은 고기·가공육 섭취 증가와 부족한 신체 활동이 겹치면서 장이 예전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부담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젊을수록 심각성 못 느껴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한 외과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0세 미만 환자는 첫 증상이 나타난 뒤 실제 진료를 받기까지 평균 217일이 걸린 반면, 50세 이상은 평균 29.5일에 불과했다.

젊다는 이유로 배변 습관 변화나 혈변 같은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진단 시점이 크게 늦어지는 셈이다. 강북삼성병원 데이터관리센터·소화기내과 공동연구에서는 45세 이상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경우 사망 위험이 48~5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검사를 미루는 시간만큼 대응할 기회도 함께 줄어드는 셈이다.

◇ 20~30대에서 늘어나는 '염증성장질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통계를 보면,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을 포함하는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2019년 7만814명에서 2023년 9만2665명으로 5년 새 30% 늘었다. 이 중 크론병 환자만 놓고 보면 20대가 31.2%, 30대가 25.1%로,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에 몰려 있다. 뚜렷한 종양이 없어 넘기기 쉽지만, 복통과 설사가 반복되며 삶의 질을 오래 갉아먹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 장은 몸 상태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

장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관 정도로만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만들어낸 몸 상태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에 가깝다. 배변 습관의 변화, 잦은 복통, 이유 없는 체중 감소처럼 사소해 보이는 신호들이 쌓여 지금의 통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젊다는 이유로 넘기기보다는, 평소와 다른 신호가 반복될 때 한 번쯤 장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습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