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의료 현장에서 생성형 AI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안이었다. 환자 진료 기록과 검사 결과 등 민감한 정보가 외부 클라우드로 전송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을 꺼리는 의료기관이 많았다. 서울아산병원이 이 난제를 푸는 방식을 내놨다.

서울아산병원은 외부 인터넷과 완전히 단절된 폐쇄망 환경에서 구동되는 '프라이빗 AI 지식 검색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의료기관 최초다. 모든 서버와 데이터를 병원 내부에서만 운용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을 택해 외부 클라우드 의존도를 0%로 낮췄다. 외부 솔루션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병원 내 IT 인력이 직접 개발해 기술 자립도도 높였다.

서울아산병원 임언석 IT전략팀 주임(왼쪽)이 여건영 간호교육행정팀 대리에게 프라이빗 AI 지식 검색 시스템 활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임언석 IT전략팀 주임(왼쪽)이 여건영 간호교육행정팀 대리에게 프라이빗 AI 지식 검색 시스템 활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시스템의 실용성은 응급 상황에서 빛난다. 패혈증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시스템에 초기 대응 프로토콜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1시간 이내 시행해야 할 검사 리스트, 수액 요법, 항생제 투여 지침, 패혈증 진단 기준을 수초 안에 받아볼 수 있다. 기관삽입관 탈거 응급 처치나 법정 감염병 신고 절차 등 매뉴얼 확인이 필수적인 긴급 상황에서도 출처가 명시된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

기술적 토대는 벡터 데이터베이스와 RAG(검색 증강 생성)의 결합이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문서 내용을 AI가 의미 단위로 파악하고 검색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해 저장한다. 키워드 일치 방식과 달리 질문의 맥락과 의미까지 읽어 관련성 높은 문서를 찾아낸다. RAG는 AI가 실제 저장된 문서를 먼저 검색한 뒤 이를 근거로 답변을 구성하도록 강제하는 기술로, 의료 현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AI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폐쇄망이라 외부 최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샌드박스형 외부 검색 엔진'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환자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완전히 익명 처리된 질문만 외부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병원 내부 정보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서 필요한 최신 의학 정보만 안전하게 가져오는 별도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디지털정보혁신본부장은 "보안과 AI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폐쇄망 환경에서도 AI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했다"며 "데이터 유출 걱정 없는 신뢰 기반의 디지털 의료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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