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신장 기능을 마비시켜 루푸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루푸스 신염'은 표준 면역억제 치료를 시작해도 환자마다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더욱이 치료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단백뇨 수치나 신장 기능 변화는 면역계의 실제 세포 변화보다 한 박자 늦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치료 전략을 제때 수정하지 못하고 불충분한 치료를 이어가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공동 연구진이 이러한 시간차를 극복하고 혈액 검사만으로 치료 초기에 환자의 치료 저항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면역학적 실마리를 찾아냈다.

(왼쪽부터) 배상철 의학석좌교수, 신의철 교수, 이혜순 교수, 김우중 교수 <사진=한양대학교의료원 제공>
(왼쪽부터) 배상철 의학석좌교수, 신의철 교수, 이혜순 교수, 김우중 교수 <사진=한양대학교의료원 제공>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의학석좌교수와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공동 연구팀은 환자의 혈액 속 면역세포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추적해 단일세포 단위로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은 혈액 속 단핵구 안의 '제1형 인터페론' 하위 신호가 꺼지지 않고 계속 활성화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세포 분석 연구는 류마티스학 최고 권위 학술지인 '안달스 오브 더 류마틱 디지즈'에 게재되며 전 세계 의학계의 이목을 모았다.

루푸스 환자의 절반 안팎에서 발생하는 루푸스 신염은 신장 투석이나 이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합병증이다. 현장 의료진은 환자의 소변에서 단백뇨가 줄어들거나 피검사에서 신장 수치가 개선되는 지표에 의존해 왔으나, 이는 세포 수준의 면역학적 손상이 이미 진행된 뒤에야 나타나는 지각 변동에 가까웠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장 손상이 심화하고, 반대로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치료 강도를 무작정 높이면 되레 부작용 위험만 키우게 된다.
연구팀은 활동성 루푸스 신염 환자들의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 전과 치료 후 3개월, 6개월, 12개월 동안 혈액 면역세포를 반복 채취했다.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는 단일세포 기법을 도입해 관찰한 결과, 해답은 면역세포 가운데 하나인 '단핵구'에 있었다. 치료 효과가 확실했던 완전반응군 환자들은 치료 시작 후 제1형 인터페론 신호가 점차 안정화했으나, 치료가 듣지 않는 불응군 환자들은 유전자 신호가 여전히 가파르게 활성화해 있었다.

특히 연구팀은 단핵구 안에서 제1형 인터페론 신호 강도를 압축적으로 대변하는 6개의 핵심 유전자(IRF7·ISG15·LY6E·IFI44·IFI44L·IFI6)를 특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6개 유전자의 발현 패턴은 단백뇨 등 기존 임상 지표가 미처 변하기도 전인 '치료 3개월' 시점에 이미 두 환자군 사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소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혈액 속 유전자 신호의 잔존 여부가 치료 성공을 미리 예측하는 일종의 '예조 신호'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루푸스 신염, 치료 반응을 가르는 인터페론 신호 &lt;사진=한양대학교의료원 제공&gt;
루푸스 신염, 치료 반응을 가르는 인터페론 신호 <사진=한양대학교의료원 제공>

배상철 의학석좌교수는 "혈액 검사를 기반으로 치료 반응이 낮을 환자를 조기에 가려낼 수 있게 됐다"며 "의료진이 불필요한 면역억제제 투여를 줄이고 초기부터 환자 상태에 맞춘 정밀의료 전략을 짜는 데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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