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관이 아니라, 세로토닌 같은 감정 조절 물질의 상당 부분이 만들어지는 곳이자 뇌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예민한 기관이다. 그만큼 장이 받는 자극을 줄이는 것이 전신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여러 전문가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국내 성인의 약 10%가 겪는다고 알려진 과민성장증후군은 이런 장과 뇌의 연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저포드맵 식단은 이 질환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포드맵(FODMAP)이란 무엇일까?
포드맵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쉽게 발효되는 일부 탄수화물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과당이 지나치게 많은 당류, 유당, 특정 곡물과 콩류에 들어있는 올리고당류, 사과나 배 같은 과일에 풍부한 당알코올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성분은 장에 오래 머무르며 물을 끌어당기고 대장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가스를 만들어내는데, 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복통이나 팽만감, 설사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개념은 호주에서 소화기내과 연구를 이끌어온 피터 깁슨 교수 등의 연구진이 정립한 것으로, 최근에는 국내 대형병원에서도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으로 자주 소개된다.
◇ 음식은 '고포드맵'과 '저포드맵'으로 나뉜다
일상에서 자주 먹는 음식도 포드맵 함량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뉜다. 과일 중에서는 사과, 배, 복숭아가 고포드맵에 속하는 반면 바나나, 오렌지, 키위는 상대적으로 저포드맵으로 분류된다. 곡물에서는 보리나 밀, 콩류가 고포드맵에 해당하고 쌀, 감자, 고구마는 저포드맵 쪽이다.
채소 역시 양파나 마늘, 양배추는 고포드맵으로 꼽히지만 오이나 당근, 애호박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유제품 중에서는 우유나 일반 치즈보다 유당을 제거한 우유나 요거트가 저포드맵에 가깝다. 평소 유독 속이 불편했던 음식을 이 기준에 대입해보면 원인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세 단계로 진행하는 '저포드맵 식단'
저포드맵 식단은 특정 음식을 평생 끊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통 세 단계를 거치며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첫 단계는 2주에서 6주가량 고포드맵 음식을 철저히 제한해 장의 자극을 줄이는 시기다. 이후에는 6주에서 8주에 걸쳐 제한했던 음식을 한 번에 한 가지씩 다시 먹어보면서 몸의 반응을 살피는 재도입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유독 반응이 크게 나타나는 음식을 확인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음식과 양을 찾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처음부터 모든 고포드맵 음식을 끊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자신의 장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음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실천하기에도 수월하다.
◇ 모두에게 적용할 식단은 아니다
저포드맵 식단은 과민성장증후군 진단을 받았거나 이에 준하는 만성적인 복부 증상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람까지 예방 차원에서 시도할 필요는 없다. 제한 단계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하면 특정 영양소 섭취가 줄고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단조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전문가들은 제한기를 짧게 유지하고 재도입 단계를 거쳐 식단 폭을 다시 넓혀갈 것을 권한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자가 판단으로 식단을 제한하기보다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필요하다면 영양사와 상담해 단계별로 시도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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