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같은 병기, 같은 치료를 받았는데 왜 어떤 환자는 재발하고 어떤 환자는 그렇지 않은가. 자궁내막암 임상에서 오래된 이 질문에 미생물이라는 전혀 다른 관점의 답이 나왔다.

GIST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마리아 교수 공동연구팀이 자궁내막에 존재하는 특정 유익균이 대사물질을 매개로 항암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고 자궁내막암 재발 억제에 관여하는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4월 20일 실렸다.

연구팀은 자궁내막암 및 양성 자궁질환 환자의 자궁내막 조직을 대상으로 유전체·전사체·단백질체·대사체를 통합 분석했다. 자궁은 오랫동안 무균 환경으로 알려져 왔지만, 분석 결과 자궁내막 조직 안에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것이 환자 예후와 연관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발 위험이 낮고 생존 기간이 긴 환자군에서 유익균인 바실러스 메가테리움(Bacillus megaterium·BM)이 더 많이 관찰됐다.

GIST-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 <사진=광주과학기술원(GIST) 제공>
GIST-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 <사진=광주과학기술원(GIST) 제공>

연구팀은 유익균이 어떤 경로로 항암 면역을 유도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추적했다. 바실러스 메가테리움이 대사물질 TMAO(트라이메틸아민-N-옥사이드) 생성에 필수적인 유전자 'cutC'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유익균의 존재량이 높은 환자일수록 혈중 TMAO 농도도 함께 높아지는 상관관계도 나타났다.

경로는 이렇다. 유익균이 음식물 속 콜린을 분해해 TMAO를 만들고, 이 TMAO가 체내 면역 신호인 제1형 인터페론을 자극한다. 이 신호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T세포 활성화로 이어진다. 세포 실험에서 바실러스 메가테리움을 적용했을 때 면역세포의 항암 반응이 강화됐고, 자궁내막암 세포 증식이 억제되며 암세포 주변으로 면역세포가 늘어나는 양상이 확인됐다. TMAO를 단독으로 적용했을 때도 유사한 면역 활성 효과가 나타났다.

자궁내막암은 미국 여성암 발병률 4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여성암이다. 전이 및 재발 단계에서는 항암 화학요법만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면역항암제에도 반응이 제한적인 환자가 적지 않다. 이번 연구는 미생물 기반 병용 치료 전략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박한수 교수는 "단일 균주 수준에서 항암 면역이 유도되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라며 "기존 항암제나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제한적인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새로운 미생물 기반 병용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마리아 교수는 "여러 기관과 다양한 인종의 환자 집단에서 추가 검증을 진행하고 동물 실험 등 생체 내 연구로 확장해 임상 적용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