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얼굴이 자꾸 붉어진다고 해서 다 같은 '홍조'가 아니다.

주사피부염인지, 지루성피부염인지, 단순 여드름인지에 따라 원인도 치료법도 완전히 달라진다.

문제는 세 가지가 겉으로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잘못된 자가 진단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단순 여드름 이 세 가지가 겉으로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단순 여드름 이 세 가지가 겉으로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증상의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두 질환을 가르는 가장 확실한 첫 번째 단서는 붉음증이 생기는 위치다.

주사피부염은 코와 뺨, 턱 등 얼굴 한가운데 볼록 솟은 부위에 집중된다. 반면 지루성피부염은 눈썹과 코 옆 팔자 주름, 귀 주변, 두피처럼 피지 분비가 많은 곳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단서는 각질이다. 주사피부염은 각질이 없거나 드문 반면, 지루성피부염은 황색을 띠는 기름진 각질이 함께 생긴다. 피부가 붉어지면서 끈적한 각질이 같이 생긴다면 지루성피부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불편감의 종류도 다르다. 주사피부염은 뜨겁고 따갑고 화끈거리는 느낌이 특징적이고 지루성피부염은 가려움이 주된 불편감이다.

◇ 여드름과 헷갈릴 때는 '면포' 하나로 구분

주사피부염은 20~30대에게서 여드름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주사피부염에도 작은 돌기나 고름이 찬 물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드름에는 반드시 면포, 즉 블랙헤드나 화이트헤드가 동반된다. 주사피부염에는 면포가 없다. 붉은 뾰루지만 생기고 블랙헤드가 없다면 단순 여드름이 아닐 수 있다는 신호다.

발병 시기도 참고가 된다. 여드름은 주로 10대 청소년기에 시작되고 몸통에도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주사피부염은 30~50대에 주로 나타나고 얼굴에 국한된다.

◇ 국내 환자의 40% 이상, 두 질환 이상을 동시에 앓는다

세 질환을 구별하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함께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주사피부염 환자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40.8%가 지루성피부염을 동반하고 있었다. 열 명 중 네 명꼴이다.

두 질환이 겹쳐 있으면 하나를 치료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드러나는 경우도 생긴다. 전문가의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 스테로이드, 지루성에는 '약' 주사에는 '독'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치료제 선택이다. 스테로이드 크림은 지루성피부염에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주사피부염에는 금기에 가깝다. 스테로이드를 반복 사용하면 혈관이 더 확장되고 피부가 얇아지면서 오히려 홍조와 염증이 심해진다. '스테로이드성 주사피부염'이라는 이름의 병이 따로 있을 만큼 흔한 부작용이다.

◇ 한국인 홍조, 서구와 악화 원인이 다르다

주사피부염의 악화 요인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서구에서는 자외선이 악화 요인 1위(81%)로 꼽히지만 국내 환자에게는 양상이 다르다. 2024년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국 주사피부염 환자의 악화 요인 1위는 감정 변화(52%), 2위는 스트레스(48%)였다. 더운 날씨(45%)와 뜨거운 목욕(40%), 매운 음식(36%)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단순히 더위를 잘 타거나 소심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자율신경계와 혈관 반응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박사 논문도 홍조 임상 연구로 쓴 정수경 리미지한의원 원장은 한국인 홍조를 연구하며 "핵심적인 감정 상태나 마음 상태가 근본적으로 홍조를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리미지한의원 정수경 원장
리미지한의원 정수경 원장

◇ 홍조 치료의 한방적 접근

서양의학에서는 베타차단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한다. 불안과 두근거림에는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홍조 자체가 잡히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수경 원장은 "신경과 약을 오래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치료되기를 원해 한방을 찾는 환자가 많다"라고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홍조를 몸 안 열의 불균형으로 바라본다. 특정 장기에 열이 몰려 있거나, 위쪽은 열이 뜨고 아래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상태로 인해 얼굴에 열이 오른다고 본다.

치료 기간은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한 달, 대부분 2~4개월이다. 염증과 홍조가 아주 심한 경우에는 6개월 이상을 보는 경우도 있다. 치료 기간에 따라 홍조 횟수와 정도, 열감, 지속 시간이 호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홍조의 경우 완치보다는 '관해(완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후 생활 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치료 후에도 명상을 통해 마음 상태를 관찰하고 뇌파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음식·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 습관 교정이 함께 이뤄져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 자가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2개 이상 해당된다면 단순 여드름이 아닌 주사피부염 가능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30대 이후에 얼굴 중앙부(코, 뺨)가 자주 붉어진다
· 열, 음식, 감정 변화 후 특히 심해진다
· 블랙헤드(면포)는 없는데 작은 구진이나 농포가 생긴다
· 각질은 없고 따갑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동반된다
· 스테로이드 크림을 바르면 처음엔 나아지다가 다시 심해진다

홍조 증상이 반복된다면 셀프케어보다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먼저다.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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