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행기를 안 탔는데 생기는 시차
사람 몸에는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기준으로 시각을 맞춘다. 아침에 밝은 빛을 받으면 잠을 부르는 멜라토닌 분비가 멈추고, 어두워지면 다시 나온다. 휴가 기간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를 며칠만 반복해도 생체시계가 두세 시간 뒤로 밀린다. 몸은 새벽 2시가 취침 시각이라고 인식하는데 출근은 원래 시간에 해야 하니,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과 비슷한 시차 상태가 된다. 수면 전문가들은 흐트러진 신체 리듬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최소 1~2주가 걸린다고 보지만, 회복 속도를 앞당기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
◇ 되돌리는 순서는 취침이 아니라 기상이다
가장 흔한 실수가 "오늘은 일찍 자자"며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눕는 것이다. 밀린 생체시계는 그 시간에 아직 멜라토닌을 내보내지 않는다. 잠은 안 오고 뒤척인 기억만 남아 다음 날 침대에 대한 부담만 커진다. 취침 시각은 건드리지 말고 기상 시각부터 고정해야 한다. 조금 덜 잤더라도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면 그날 밤 잠이 오는 시간이 앞으로 당겨진다. 주말에도 같은 시각에 일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늦잠은 리듬을 다시 뒤로 밀어 놓는다.
◇ 첫날, 일어나자마자 빛을 본다
기상 직후 30분 안에 밝은 빛을 보는 것이 생체시계를 앞당기는 행동 중 하나이다. 커튼을 걷고 창가에서 아침을 먹거나 출근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정도면 된다. 흐린 날도 나가서 걷는 것이 좋다. 실내조명보다 흐린 날 바깥이 훨씬 밝다. 반대로 밤에는 빛을 줄인다. 잠들기 두 시간 전부터 조명을 낮추고 휴대전화 화면을 멀리하면 멜라토닌이 제 시간에 나오기 시작한다.
◇ 둘째 날, 카페인 마감 시각을 정한다
카페인이 몸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6시간이다. 오후 4시에 마신 커피의 절반이 밤 10시까지 몸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깊은 수면 단계가 얕아져 여덟 시간을 자고도 잔 것 같지 않은 상태가 만들어진다. 수면의학에서는 오후 2시 이후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는 선을 생활 권고로 쓴다. 리듬이 무너진 며칠간은 이 기준을 더 앞당겨 잡는 편이 낫다. 피곤하다고 오후에 커피를 늘리면 밤잠이 더 밀리고 다음 날 다시 커피에 기대는 순환에 들어간다.
◇ 셋째 날, 낮잠은 20분까지만
졸음이 몰려올 때 낮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길이와 시간대가 문제다. 20분을 넘기면 깊은 수면에 들어가 깨고 나서 더 무겁고 오후 3시 이후 낮잠은 밤에 쌓여야 할 수면 압력을 미리 써 버린다. 점심 직후 15~20분, 알람을 맞춰 놓고 자는 선에서 끊는 것이 안전하다. 그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기 어렵다면 짧게 걷는 것만으로도 오후 졸음이 줄어든다.
◇ 3주가 지나도 그대로라면
빛과 기상 시각, 카페인을 정리하면 대개 며칠에서 1~2주 사이에 리듬이 제자리를 찾는다. 그런데도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고 아침 기상이 계속 불가능하다면 단순한 휴가 후유증이 아닐 수 있다. 생체시계가 지속적으로 뒤로 밀려 고정된 상태를 수면위상지연장애라고 한다. 이는 청소년과 20대에서 비교적 흔하고 의지 문제로 오해받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잠드는 시각이 계속 새벽으로 밀리는 상태가 3주 이상 이어지고 낮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수면 클리닉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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