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아이의 신체 변화가 또래보다 빠르게 나타나면 부모는 "우리 아이가 빨리 크는구나" 하고 반가워하기 쉽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시작되는 성조숙증은 단순히 빨리 크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면 성장판도 그만큼 일찍 닫히면서 오히려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고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사춘기 신체 변화가 이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키가 빨리 크는 것이 아니라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한 이해와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사춘기 신체 변화가 이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키가 빨리 크는 것이 아니라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한 이해와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사춘기를 여는 '성 호르몬'

사춘기는 뇌 깊은 곳에 있는 시상하부에서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시작된다.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를 자극해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을 내보내게 하고, 이 두 호르몬이 다시 난소나 고환 같은 성선을 자극해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렇게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성선이 순서대로 신호를 주고받는 체계를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라고 부르는데, 사춘기는 이 축이 활성화되면서 시작되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다. 성조숙증은 이 호르몬이 또래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 여아는 만 8세, 남아는 만 9세가 기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되거나,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할 때 의심할 수 있다. 여아에서는 유방 발달과 함께 외음부 발달, 음모와 겨드랑이털이 나타나기도 하고, 남아에서는 고환과 음경이 커지고 음모가 나기 시작한다.

다만 이런 신체 변화가 한두 가지 나타났다고 곧바로 성조숙증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며, 소아청소년과에서 성장 속도와 뼈 나이, 호르몬 수치 등을 함께 살펴 진단한다.

◇ 성조숙증의 원인 두 가지, 중추성과 말초성

성조숙증은 원인에 따라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뉜다. 흔히 진성 성조숙증으로도 불리는 중추성 성조숙증은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자체가 예정보다 일찍 활성화돼 나타난다. 여아의 경우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특발성인 경우가 많지만, 남아는 뇌종양 등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정밀검사가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반면 가성 성조숙증으로도 불리는 말초성 성조숙증은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과는 무관하게, 난소나 부신에 생긴 종양, 갑상선 기능 저하 등 다른 원인으로 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나타난다. 두 유형은 원인과 치료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등을 통한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려워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유전적인 요인이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70~80%가량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체지방이 늘어나면 사춘기 관련 호르몬 분비가 촉진될 수 있어 소아 비만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에 대한 노출, 출생 당시 몸무게가 작았던 경우 등도 함께 거론되는 요인들이다.

◇ 핵심은 최종 키와 성장판 관리

성조숙증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단순히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다는 것 자체보다, 성장판이 예정보다 일찍 닫힐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키가 한동안 빠르게 크지만, 동시에 성장판이 닫히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 결과 또래보다 일찍 크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성장이 예상보다 빨리 멈추면서 성인이 됐을 때 키는 오히려 작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조숙증은 아이를 문제가 있는 환자로 볼 것이 아니라, 신체 변화의 속도를 이해하고 적절한 시기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아 관리하면 되는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래보다 신체 변화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느껴지더라도 곧바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 단순 유방 조기 발육증처럼 사춘기 전체 과정이 아니라 일부 증상만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실제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더라도 중추성인지 말초성인지에 따라 관리 방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신체 변화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면서 필요할 때 소아청소년과나 소아내분비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막연한 불안보다 훨씬 효과적인 대응이다.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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