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방광암 환자 중 종양이 방광 근육층까지 깊숙이 침범한 '근침윤성 방광암'은 전이 위험이 높고 생존율이 낮은 위험한 질환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방광을 적출하는 수술을 하기 전 암세포를 줄이고 재발을 막기 위해 2~3개월간 항암 치료를 먼저 진행한다. 문제는 환자마다 항암제에 반응하는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효과가 없는 환자가 불필요한 항암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허비할 경우, 정작 수술 시기가 늦어져 예후가 더 나빠지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AI로 치료 성과를 미리 예측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신동명(세포유전공학)·조영미(병리과)·홍범식(비뇨의학과) 교수팀은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들의 수술 전 항암제 반응성을 진단하고 내성 기전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머신러닝 기법으로 전사체 데이터와 디지털 병리 이미지를 융합 분석한 이번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이자 생화학 분야 학술지인 '실험 및 분자 의학'에 실렸다.

방광암 환자 중 종양이 방광 근육층까지 깊숙이 침범한 '근침윤성 방광암'은 전이 위험이 높고 생존율이 낮은 위험한 질환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방광암 환자 중 종양이 방광 근육층까지 깊숙이 침범한 '근침윤성 방광암'은 전이 위험이 높고 생존율이 낮은 위험한 질환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현재 표준 치료법인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 투여 후 수술 조직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율은 30~40%에 머물러 있다. 환자별 예측을 위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하는 기술이 도입되기도 했으나 종양 내부의 복잡한 이질성 때문에 현장 적용이 쉽지 않았다. 조직 단백질을 관찰하는 검사법 역시 판독관의 주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한계가 명확했다. 연구팀은 머신러닝을 통해 대규모 환자 코호트 399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항암 치료 반응을 가르는 핵심 후보 유전자들을 선별해 냈다.

나아가 임상 유효성을 검증하고자 실제 수술 전 항암 치료를 받은 방광암 환자 91명의 조직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했다. 인공지능 모델은 암세포 부위와 주변 환경을 스스로 구별해 단백질 발현 정도를 수치화했고, 결과적으로 'GLS, IL15RA, AFAP1, FOXA1'이라는 4가지 핵심 단백질 조합을 도출했다. 이 AI 모델이 치료 반응군으로 분류한 환자들은 비반응군 환자들에 비해 재발 없이 생존하는 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길었다. 소수의 유전자 표지만으로 복잡한 방광암의 치료 결과를 고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연구팀은 항암제가 잘 듣지 않거나 치료 도중 내성이 발생하는 분자학적 원인도 함께 규명했다. 암세포는 활성산소와 같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KEAP1-NRF2' 신호전달 경로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시스플라틴에 저항성을 갖춘 방광암 세포는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치온 대사를 늘려 생존력을 키우는데, 이때 NRF2 유전자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었다. 실험실 연구에서 NRF2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억제하자 암세포의 방어막이 무너지며 시스플라틴의 공격이 다시 통하기 시작했다.

이어진 동물실험은 내성을 극복할 새로운 병용 요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 시스플라틴 항암제와 NRF2 억제 물질(ML385, R16)을 조합해 쥐 모델에 투여한 결과 단독 투여보다 종양이 급격히 감소했다. 시스플라틴과 ML385 조합은 암 조직을 80.29% 줄였고, R16과의 병용 요법은 75.44%의 종양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왼쪽부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세포유전공학교실 신동명, 병리과 조영미, 비뇨의학과 홍범식 교수 &lt;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gt;
(왼쪽부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세포유전공학교실 신동명, 병리과 조영미, 비뇨의학과 홍범식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신동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과 유전체 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항암제 내성을 조기에 예측하고 이를 우회할 병용 치료 표적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항암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만 선별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를 제공함으로써 방광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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