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체중이 느는 것과 사춘기 신체 변화가 빨리 나타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다. 체지방이 늘어나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 수치도 함께 올라가는데, 이 렙틴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내놓은 수치를 보면, 6~11세 어린이 비만 유병률은 2013~2015년 8.7%에서 2022~2024년 13.6%로 4.9% 늘었고 12~18세 청소년도 같은 기간 11.5%에서 15.1%로 3.6% 올랐다. 정부가 지난 3월 세계 비만의 날에 맞춰 소아청소년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다루는 예방관리수칙을 처음 내놓은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체중이 느는 속도와 사춘기가 당겨지는 속도를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아침은 거르고 단 음료로 허기를 채우는 하루
문제는 요즘 아이들의 하루 식사 패턴이 이 흐름을 더 거들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닷새 이상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 비율은 올해 43.6%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3년 26.4%였던 것과 비교하면 십 년 남짓한 사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아침을 거른 허기는 보통 점심이나 간식 시간에 더 자극적이고 단 음식으로 채워지기 마련이고, 실제로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청소년 비율도 같은 기간 10% 가량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6~18세 어린이·청소년 가운데 3명 중 1명 이상이 과자류, 빵류, 음료류, 캔디류 등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가 세계보건기구 하루 권고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한 자리를 당분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 줄이는 것보다 '제때, 고르게' 먹이는 것이 먼저
그렇다고 해서 아이 식단에서 무조건 당분을 걷어내는 식의 접근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끼니 자체를 거르지 않고 하루 세 끼를 규칙적인 시간에 먹이는 일이다. 아침을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점심과 저녁 사이 과자나 단 음료로 허기를 급하게 채우는 패턴을 줄일 수 있다.
밥상에서는 채소와 단백질 식품의 비중을 충분히 두는 것이 좋다. 고기나 생선, 달걀, 콩류 같은 단백질 식품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간식을 덜 찾게 만들고, 채소는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것을 완화해준다. 반대로 과자나 탄산음료, 가당 주스처럼 당분이 빠르게 흡수되는 음식은 혈당을 짧은 시간에 끌어올렸다가 떨어뜨리는 패턴을 반복시켜 또 다른 허기를 부르고, 이는 다시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음료 대신 물을 기본으로 삼는 습관 역시 이런 흐름을 끊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먹지 말라'는 금지보다 '언제, 무엇을 먼저 먹이느냐'는 순서와 균형의 문제에 가깝다.
◇ 날씬하게 만드는 식단이 아니라 자랄 시간을 지키는 식단
성조숙증을 둘러싼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니 걱정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성호르몬이 일찍 분비되면 그만큼 성장판도 일찍 닫히기 때문에, 초반에는 키가 커 보여도 최종 키는 오히려 또래보다 작아질 수 있다. 성조숙증은 '빨리 크는 것'이 아니라 '자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그런 만큼 식단 관리의 목적도 아이를 마르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체중이 적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사춘기가 지나치게 앞당겨지지 않도록 생활의 바탕을 다지는 일에 가깝다. 아이의 체중 변화와 함께 사춘기 신체 변화가 또래보다 이르게 나타난다면, 두 가지를 따로 보지 말고 함께 짚어보는 것이 조기 발견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거창한 식단 교체보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채소와 단백질을 고르게 챙기는 일상의 작은 반복이, 결국 아이가 충분히 자랄 시간을 지켜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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