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며칠 전에 분명히 지갑을 어디 뒀는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는 이야기는 중년 이후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유독 깜빡임이 잦아지면 혹시 치매 초기 증상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함께 따라온다.

다행히 임상 현장에서는 단순 건망증과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가르는 비교적 뚜렷한 기준들이 있다.

나이 들면서 생기는 깜빡임이 전부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나이 들면서 생기는 깜빡임이 전부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사건의 '일부'만 잊었는지가 먼저다

건망증과 치매성 기억장애를 구분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잊어버린 범위다. 단순 건망증은 전체 맥락은 유지한 채 세부 정보만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어제 동창 모임에 다녀온 건 분명히 기억하는데, 그 자리에서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만 가물가물한 식이다. 반면 치매로 인한 기억장애는 모임에 다녀왔다는 사건 자체가 머릿속에서 통째로 빠져 있는 경우가 흔하다.

옆에서 힌트를 줬을 때 "아, 맞다"하고 기억이 돌아오는지, 아니면 끝까지 떠올리지 못하는지도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 본인이 "깜빡했다"는 걸 알아차리는지도 봐야

두 번째 기준은 자각 여부다. 단순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대개 스스로 아차, 깜빡했네 하며 바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치매로 인한 인지저하는 본인이 무언가를 잊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가족이 짚어줘도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 본인의 말보다 가족이나 동거인이 전하는 변화의 정황을 더 비중 있게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정상과 '치매' 사이... 경도인지장애라는 완충지대

최근에는 건망증과 치매를 이분법으로만 나누지 않고, 그 사이에 경도인지장애라는 중간 단계를 두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억력이나 계산력, 언어 능력이 또래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혼자 꾸려갈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모두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다만 별다른 인지 저하가 없는 사람은 연간 1~2% 정도만 치매로 넘어가는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그 비율이 연간 10~20%까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어, 이 단계에서부터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 변화 속도가 빠르다면 선별검사부터

가장 눈여겨봐야 할 신호는 속도다. 몇 달 사이 깜빡임이 눈에 띄게 잦아졌거나, 늘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헷갈리거나, 평소 익숙하게 하던 집안일의 순서를 헷갈리기 시작했다면 단순 건망증보다는 퇴행성 뇌질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때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서 가장 먼저 활용하는 도구가 간이정신상태검사다. 5~10분이면 끝나는 짧은 검사지만 인지기능 저하 정도를 점수로 확인하고, 이후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한지를 가늠하는 첫 관문 역할을 한다.

변화가 누적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미루기보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나 신경과를 찾아 선별검사부터 받아보는 편이 안심이 될 수 있다.

오하은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