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진행성 암 환자들은 임종 직전 3개월을 기점으로 광범위항생제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를 고려한 항생제 사용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이대목동병원 김정한 교수, 한림대 심진아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2~2021년 동안 진행암 환자 51만 5천여 명의 임종 전 6개월간 항생제 처방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환자의 절반 이상(55.9%)이 임종 전 6개월 동안 광범위항생제를 사용했으며, 특히 임종 1~3개월 전 구간에서 사용률이 최고조에 달했다. 사용량은 임종 2주~1개월 사이에 집중됐다.

광범위항생제는 여러 종류의 세균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지만, 정상 세균까지 제거할 수 있어 부작용과 내성균 발생 위험이 크다. 연구팀은 명확한 감염 여부 확인 없이 발열이나 염증 수치만으로 항생제가 과다 투여되는 현실을 우려했다.

암 종류별로는 혈액암(비호지킨 림프종,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사용률과 사용량이 고형암(폐암, 간암, 위암 등) 환자보다 높았다. 특히 백혈병 환자는 폐암 환자보다 임종 직전 항생제 사용률이 1.5배, 사용량은 1.21배 높았다.
(왼쪽부터) 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 김정한 이대목동병원 교수 및 심진아 한림대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왼쪽부터) 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 김정한 이대목동병원 교수 및 심진아 한림대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연구팀은 “환자의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임종 3개월 전부터 입원과 항생제 투여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 시기에는 환자 중심의 의사결정과 완화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신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행암 환자의 말기 항생제 사용 실태를 대규모로 분석한 첫 사례로, 향후 항생제 사용 지침과 완화의료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한 교수는 “말기 환자라도 치료 이익이 명확하면 항생제 사용이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투여는 부작용과 내성 위험을 높이고 존엄한 임종을 방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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