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신장 안에서는 수많은 작은 물주머니, 즉 낭종이 천천히 자라 신장 기능을 갉아먹는 질환이 있다. 바로 유전성 신장 질환인 다낭신(Polycystic Kidney Disease, PKD)이다. 최수정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다낭신은 신장이 점점 커지지만, 기능은 점차 떨어지는 만성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지속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낭신은 유전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 나타나는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ADPKD)은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일 경우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된다. 주요 유전자는 PKD1과 PKD2이며, 드물게 소아에게 나타나는 상염색체 열성 다낭신(ARPKD)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성인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약 3만~4만 명이 환자로 추정된다. 최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정기 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건강해 보여도 조용히 진행되는 유전성 신장 질환 다낭신은 조기 검진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겉으로 건강해 보여도 조용히 진행되는 유전성 신장 질환 다낭신은 조기 검진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증상 없어도 시작되는 신장 손상

초기 다낭신은 대부분 눈에 띄는 증상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옆구리 통증, 복부 팽만감, 혈뇨, 잦은 요로감염, 신장결석, 고혈압 등이 나타난다. 특히 40~45세 이전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초음파, CT, MRI 등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낭종은 서서히 커지고 신장 기능은 점차 떨어진다. 조기 발견하면 치료와 관리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최 교수는 말했다. 질환이 진행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으며, 뇌동맥류, 간·췌장 낭종, 심장판막 질환 등 합병증도 동반될 수 있다. 정기 검진으로 신장 상태를 확인하고 합병증 위험을 미리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생활 관리로 신장 지키기

다낭신을 완전히 치료할 방법은 없지만,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을 관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낭종 성장 억제제 톨밥탄(Tolvaptan)이 사용된다. 최 교수는 “톨밥탄은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갈증·다뇨·간 기능 이상 부작용과 고가의 비용 때문에 모든 환자가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저염식, 충분한 수분 섭취, 혈압 조절, 규칙적 운동, 적정 체중 유지 등이 신장 건강 유지에 도움 된다. 최 교수는 “다낭신은 ‘관리 가능한 유전 질환’이다. 증상이 없어도 6개월마다 신기능 검사를 받고,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수정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최수정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또한 “최근 유전자 교정 연구와 낭종 성장 억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향후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혜정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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