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광범위한 화상은 피부의 대량 손실과 체내 수분 증발, 대량의 수액 투여 등으로 체온조절 기능을 크게 떨어뜨린다. 화상 후에는 신체 대사가 빨라지며 기저체온이 높아지는 경향도 있어, 일반적인 정상체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화상 치료 현장에서는 수술 중·후 체온 관리에 주로 집중했고, 수술 직전 심부체온의 중요성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 공백을 메우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서영주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공동연구팀이 중증화상환자 635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전 심부체온이 낮을수록 수술 후 사망률이 뚜렷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임상의학 분야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5월호에 실렸다.

화상중환자실에서 중증화상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 <사진=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제공>
화상중환자실에서 중증화상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 <사진=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제공>

연구팀은 2012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중환자실에서 수술을 받은 중증화상환자 635명을 분석했다. 중증화상은 전체 체표면적(TBSA)의 30% 이상이 손상된 경우로 정의했으며, 수술 직전 중환자실에서 측정한 심부체온과 수술 후 90일 이내 사망률의 연관성을 다각도로 살폈다.

수치는 명확했다. 전체 환자의 90일 내 사망률은 35.6%(635명 중 226명)였다. 수술 전 심부체온별로 보면 38도 초과 그룹의 사망률은 14.5%였지만 37.1~38도에서 25.4%, 36.1~37도에서 53.2%, 36도 이하에서는 85.7%까지 치솟았다. 변수를 보정한 다변량 분석에서는 심부체온이 1도 낮아질 때마다 90일 내 사망 위험이 약 55%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37.0도를 기준으로 나눈 비교에서 차이는 더 뚜렷했다. 37.0도 초과 그룹의 생존율은 78.0%였던 반면, 37.0도 이하 그룹의 생존율은 45.4%에 그쳐 사망률이 약 2.5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 37.0도라는 수치가 치료 목표가 아니라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기 위한 탐색적 기준임을 분명히 했다.

합병증 발생에서도 격차가 컸다. 수술 전 심부체온 37.0도 이하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과 비교해 수술 후 30일 이내 주요 심혈관 사건(24.8% 대 17.7%), 혈류감염(80.5% 대 68.4%), 혈액투석 등 지속적 신대체요법 시행(42.4% 대 18.0%) 발생률이 모두 높았다. 수술 전 낮은 체온이 심혈관·감염·신장 등 여러 장기에 걸친 생리적 취약성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서영주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lt;사진=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제공&gt;
서영주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사진=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제공>

서영주 교수는 "중증화상환자의 심부체온 저하는 선천성 면역 기능을 손상시키고 백혈구 활동을 변화시켜 수술 후 혈류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심근 산소 요구량 증가로 수술 전후 심장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신장 혈관 수축을 유발해 급성 신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수술 전 심부체온은 중증화상환자의 전반적인 생리적 취약성을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정상으로 여겨지는 체온 범위 안에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환자는 더 높은 위험군일 수 있다"며 "수술 전 체온을 활용하면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보다 세심한 수술 전후 관리와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소라 헬스인뉴스 기자 press@healthinnews.kr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